챗GPT로 몰리는 ‘봉이 김선달’들...관련 전자책 펀딩에 2주새 5억

이해인 기자 2023. 3. 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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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즈 캡처

크라우드 펀딩(인터넷 모금) 사이트 와디즈에 ‘인공지능 챗봇(AI 채팅로봇) 챗GPT를 활용해 돈 버는 법을 알려준다’는 15만9000원짜리 전자책 모금이 최근 올라왔다. ‘챗GPT로 잠을 잘 동안에도 돈 벌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 키우기’ 등의 설명을 달고 지난 17일 시작된 이 모금에는 2주 만에 3796명이 참여해 4억9434만원을 냈다.

모금을 올린 ‘그로윙업’이라는 팀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챗GPT 사용법을 배워왔다며 ‘개발자가 아니면 손도 못 대는 코딩을 수십초 만에 만든다’ ‘광고 카피 문구 수백개를 10초 만에 만든다’고 홍보했다. 한번 사용법을 익혀두면 평생 전문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같은 프로그램을 몰라도 디자인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모금 참여자들은 댓글에 “비법을 따라 수익을 내고 싶어서 구매 결정했다” “GPT를 잘 활용해 꼭 성공하고 싶다”고 썼다.

미국 오픈AI의 챗GPT가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이를 활용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거나 취업을 할 수 있다는 식의 구인, 모금 광고가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다. 30일 재능 거래·강의 서비스 ‘크몽’, ‘탈잉’, ‘숨고’ 등에 ‘챗GPT’라고 검색하자 관련 강의가 수십개 떴다.

1만원대부터 비싸게는 19만9000원짜리 강의 상품들은 ‘챗GPT를 활용해 하루 만에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명백한 과장 광고”라며 “최근 챗GPT만 붙으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챗GPT가 만능인 것처럼 홍보하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조대곤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챗GPT는 아직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고, 오류가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거짓을 사실처럼 말하는 등 명확한 한계가 있다”면서 “사용법도 따로 배워야 할 만큼 복잡한 기술이 아니다”고 했다. 비전문가를 상대로 챗GPT를 과대 포장하는 이들은 인공지능 시대의 ‘봉이 김선달’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챗GPT 열풍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미국 미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FLI)’는 “최첨단 AI의 시스템의 개발을 일시 중단하라”는 공개 성명서를 냈다. 이 성명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AI 구루로 통하는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등 AI 업계 유명 인사 1280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최첨단 AI는 지구상의 생명 역사에 중대한 변화를 나타낼 수 있다”며 “강력한 AI 시스템은 그 효과가 긍정적이고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가 감독하는 안전 규약을 만들 때까지 모든 AI 연구실에서 최근 오픈AI가 공개한 AI보다 강력한 AI 개발을 최소 6개월간 즉시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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