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RA에 대응...英, 철강 등에 ‘탄소국경세’ 도입
자국의 탈(脫)탄소 녹색 산업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각국의 산업 정책 경쟁에 영국도 뛰어들었다. 영국 정부는 30일(현지 시각)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고, 재생 에너지와 수소 산업 생태계, 원자력 발전 등에 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에너지 및 산업 정책안(Powering Up British)’을 발표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의 ‘그린딜 산업 계획’에 맞대응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총 10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정책안은 2050년 영국 경제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넷 제로(Net Zero)’ 목표를 전제로 방대한 투자 및 제도 개편 방안을 담았다. 영국 정부는 우선 해상 풍력 발전에 1억6000만파운드(약 2560억원)를 투자하고, 재생 에너지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허가 과정을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다. 차세대 원전 기술인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 개발·보급 사업도 본격화한다. 전기자동차의 빠른 보급을 위해 전기차 충전소 확대에 3억8000만파운드(약 61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기존 보일러보다 열효율이 1.5배 이상 높은 ‘히트 펌프’ 난방 시스템 보급에 대한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LG전자가 일본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영국 정부는 또 자국 녹색 산업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100억파운드(약 16조원)를 추가 지원하고, 수입 원자재에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탄소국경세는 환경 규제가 느슨한 나라에서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과정을 거쳐 생산한 물품을 수입할 때 부과한다.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탄을 태워 만든 철강과 시멘트, 알루미늄 등이 대상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가디언 등은 “미국과 유럽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친환경 산업 진흥책에 맞서 영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녹색 산업 경쟁력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분석했다.
영국 정부는 ‘환경 보호의 날(Green Day)’에 맞춰 이 같은 정책안을 발표했다.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전날 하원에서 “미국의 막대한 친환경 보조금 정책에 대응해 국내 투자를 지켜내야 한다”며 “보조금에 맞서 또 보조금을 주는 것보다 (녹색 산업 투자에) 매력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년 전 난기류에 다리 부러진 승무원…그가 받은 보상금은
- 연예인 공연에 난장판 된 대학가… 수백미터 장사진에 텐트치고 노숙까지
- 경찰 “확보한 증거로 김호중 혐의 입증 충분…거짓말 탐지 검토 안해”
- [속보] 한중일 공동선언 “한반도 평화 안정, 공동 이익이자 책임”
- ‘처음처럼’ 원조 간판 이효리, 이번엔 라이벌 소주 선택했다
- 가축이라니요? 반려닭입니다... 송파구 ‘꼬끼오’ 소음 논란
- Interview: “Democracies must block dictators from accessing advanced chips,” says U.S. think tank
- 김호중 소속사 문 닫나… “임직원 전원 퇴사, 사업 지속 여부 검토”
- 北 위성 발사 예고에...軍, F-35 등 전투기 20여대로 타격 훈련
- 삼성증권, 오전 한때 시스템 오류...잔고 조회 등 서비스 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