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한의말글못자리] 자기 이야기 짓기

2023. 3. 3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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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세상에 널린 이야기 가운데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가장 좋아할까? 바로 '자기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사촌인 '남 이야기'도 무척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자기실현 욕구가 범벅된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에 미치지 못한다.

자기 이야기를 글로 하는 대표적 갈래가 수필, 그중에서 이야기 수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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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입말에만 의존하던 때에도 이야기는 인기 최고였다. 오죽하면 ‘이야기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 ‘이야기 장단에 도낏자루 썩는다’ 같은 속담이 생겼을까. 아이들이 조르던 옛날이야기는 학교가 없던 시절의 교과서였으며 신화, 전설과 함께 일종의 역사였다.

오늘날도 우리는 ‘이야기 세계’에서 살아간다. 매체가 무엇이든 줄거리(스토리)만 있으면 이야기니까 소설, 영화, 드라마, 웹툰, 뮤지컬 따위가 모두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 산업’과 예술의 산물은 물론, 삶 전반에서 이야기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의식하지 못할 뿐이지 사실 ‘이야기하기(스토리텔링)’가 주업인 직종도 많다.

세상에 널린 이야기 가운데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가장 좋아할까? 바로 ‘자기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술잔을 앞에 놓고 ‘내가 그때 말이야~’ 투로 시작할라치면 가벼운 전율마저 느낀다. 그 사촌인 ‘남 이야기’도 무척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자기실현 욕구가 범벅된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에 미치지 못한다.

자기 이야기를 글로 하는 대표적 갈래가 수필, 그중에서 이야기 수필이다. 어떤 이가 물었다. 짓다 보면 거짓말이 들어가는데, 그래도 되느냐고. 까닭을 되물었더니, 사건을 정리하다 빈 데를 상상해 채우기도 하고 애매한 사정을 확실한 듯 적기도 하는데, 그게 거짓말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정도가 심하면 수필이 아니라 소설에 가까워지겠지만, 그건 꽤 자연스러운 일이다. 경험은 형체가 모호하나 말은 약속된 뜻이 있다. 경험이 흙이라면 말은 흙벽돌을 만드는 틀이다. 게다가 우리의 기억은 흐릿하며 생각 또한 날카롭지 못하다. 그래서 표현을 할 때 비유가 필요하고 이따금 상상도 요구된다. 특히 따로따로인 것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리하는 데는 고도의 사고력이 긴요하다.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잦은 건 바로 그런 점들 때문이다.

인간은 언어능력과 함께 ‘이야기 능력’을 지녔기에 그것을 즐기며 자기 나름의 ‘이야기 세계’를 만들어간다. 아이가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자꾸 거짓을 섞는다고 꾸중하는 부모가 있는데, 다른 쪽도 봐야 한다. 상상하고 생각하는 힘을 북돋아 표현력을 길러주는 쪽도 있다.

최시한 작가·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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