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 김선형, 10년 만에 MVP 등극…“내 영광의 시대는 바로 지금”
기자단 투표 109표 중 65표 획득
KGC 우승 주역 변준형 따돌려
“이 나이에 전성기, 나도 놀랐다”
SK 워니, 세 번째 외국인 MVP
신인왕은 모비스 아바리엔토스
프로농구 베테랑 가드 김선형(35·SK)의 경력은 전성기에서 한 번 뚝 끊겼다. 2017년 착지하다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멈춰선 뒤 자신감도 잃었다. 소심해진 플레이를 다시 끌어올리고, 흐르는 시간과 함께 약해지는 운동능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김선형은 엄청나게 애를 썼다. 지난 시즌 서울 SK의 통합우승을 이끌고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뒤 “부상 이후 3년 정도 칼을 갈았다”며 그 시간을 떠올리며 울기도 했다.
한창 때 부상으로 놓쳤던 그 전성기를 30대 중반이 되어 다시 찾았다.
김선형은 30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로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를 통해 총 유효 투표수 109표 중 65표를 가져가 올 시즌 최고의 별이 됐다.
덩크슛을 팡팡 꽂아넣으며 한창 날아다니던 20대 중반, 2012~2013시즌 정규리그 MVP였던 김선형은 30대 중반의 고참이 되어 10년 만에 다시 리그 최고의 선수로 올라섰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이 상을 2회 이상 받은 선수는 ‘국보급 센터’로 불린 서장훈(2회)을 비롯해 이상민 전 서울 삼성 감독(2회), 김주성 원주 DB 감독 대행(2회), 양동근 울산 현대모비스 코치(4회) 4명뿐이다.
김선형은 올 시즌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30분32초를 뛰며 평균 16.3득점 2.7리바운드 6.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포워드 안영준이 입대한 데다 최준용이 시즌 초반과 막바지에 부상으로 뛰지 못하면서 SK의 볼 핸들러 역할을 맡은 김선형은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10년 만에 54경기 전부에 출전해 6년 만에 평균 30분 이상 출전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평균 16득점 이상을 올렸고, 역시 처음으로 어시스트 1위에도 올랐다.
안양 KGC인삼공사의 우승을 이끈 변준형(27)과 치열한 2파전을 벌였으나 22표 차로 제치고 다시 MVP를 안았다. 이로써 SK는 지난 시즌 최준용에 이어 2시즌 연속 MVP를 배출했다.
김선형은 “다시는 전성기가 안 올 줄 알았다. 다들 전성기라고 하던 시기에 큰 부상을 당했다”며 “나도 놀랐다. 이 나이에 다시 전성기가 올 줄은 몰랐다. 내 영광의 시대는 지금인 것 같다”고 감격했다.
SK는 외국인 MVP 투표에서 자밀 워니가 66표를 얻어 오마리 스펠맨(KGC·41표)을 제쳤다. 워니는 개인 통산 3번째 MVP에 올랐다.
우승을 했지만 MVP를 모두 놓친 KGC는 김상식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며 팀을 6년 만에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영광을 확인했다.
베스트5도 김선형, 워니, 변준형, 스펠맨이 한 자리씩 차지한 가운데 76경기 연속 3점슛 성공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전성현(캐롯)이 함께 수상했다.
신인왕은 론제이 아바리엔토스(24·현대모비스)가 수상했다. 신인왕을 받은 역대 최초의 외국인 선수다. 이번 시즌 필리핀 선수로 확대된 아시아쿼터제의 혜택을 받고 한국 무대에 입성한 아바리엔토스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KBL로 직행해 신인왕 자격을 가졌다. 51경기에 출전해 평균 29분11초를 뛰며 13.6득점 4.8어시스트를 기록, 현대모비스를 4위로 이끈 아바리엔토스는 109표 중 101표를 쓸어담았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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