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80%에도 3선 제한 막힌 조코위, 무리수 안 둘 것”
양국 관계서 굴곡 만들 요인 없어
상호보완 관계 더 돈독히 할 필요
대아세안 정책, 강대국 사고 대신
우린 반대로 가는 외교 정책 펴야
오는 9월 수교 50주년을 맞는 인도네시아에는 ‘인구 2억7000만명, 자원 부국, 세속 이슬람’이란 수식어가 으레 따라붙는다. 또 중국과 미국 모두와 가깝게 지내는 실용주의 외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여러모로 한국과 반대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올해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순회의장국 역할을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눈에 띄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지난 40년간 인도네시아를 연구해 온 신윤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를 지난 23일 화상 인터뷰해서 한국과 인도네시아 관계의 특징, 내년 대선 전망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는 어떤 편인가.
“동남아에서는 베트남에 이어 두세 번째로 꼽히는 관계로 발전했다. 한·일이나 한·중처럼 관계가 이 정도로 발전하다 보면 잡음이 있기 마련인데, 양국은 관계의 굴곡을 만들어 낼 만한 요인이 없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의 자본과 인도네시아의 노동력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는 상호보완적 관계다. 일반 시민들도 서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나쁘지 않다.”
-한국의 대아세안 전략 속 인도네시아의 위치는.
“역대 한국 정부는 큰 나라를 중요하게 취급하는 소위 ‘4강 외교’라는 사고방식을 아세안에도 적용해 인구와 경제면에서 덩치가 큰 인도네시아를 중요하게 여겼다. 역대 정부의 아세안 정책은 간판만 바꿔 단 수준이다. MB 시절 자원외교든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든, 동남아를 외교나 정치의 대상이라기보단 우리의 자원이자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 지역 정도로만 봐왔다.”
-대아세안 정책이 어떠해야 하나.
“강대국 중심으로 사고하면 강대국의 논리에 말려들어가게 된다. 우리는 반대로 가야 한다. 어떤 나라를 특별 대접하는 게 아니라 아세안을 하나의 전체로서 대우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처럼 눈에 뻔히 드러나는 강대국 위주 외교는 근시안적이다. 경제적으로는 큰 시장을 찾아가는 게 어쩔 수 없더라도 정치는 힘없는 나라와도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다.”
-올해 아세안 순회의장국인 인도네시아가 미얀마 문제 등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으로 나라가 너무 크고 내정이 중요해서 아세안 외교에 큰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다만 조코위 대통령이 국내에서 인기가 워낙 많기 때문에 새 정치적 이슈와 업적이 필요해 아세안에 눈을 돌릴 순 있다. 미얀마 문제를 해결하려고 투신할 정도의 민주주의자도 아니다.”
-2선까지 해서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조코위 대통령이 개헌을 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더 이상 얻을 것이 없기 때문에 그런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다. 조코위 대통령이 지지율 80%가 나올 정도로 하도 인기가 좋으니까 일부 정치인들이 이를 이용해 부통령에 출마할 수 있다는 둥 일종의 자가발전을 하는 것 아닐까.”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가.
“굉장히 ‘보통 사람’이다. 예를 들어 어느 동네에 문제가 생기면 그곳에서 며칠 밤을 새우고, 현장에 주민들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물난리가 난 곳에선 자기가 직접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타고 났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원하는 대중의 심리에 부합한다.”
-지난해 말 혼외성관계를 금지하는 등 이슬람 색채가 강한 형법 개정안이 통과돼 논란이 일었다. 인도네시아는 세속 이슬람 아닌가.
“인도네시아 이슬람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지금 인도네시아 정치는 우리처럼 ‘민주당이냐 국민의힘이냐’ 식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이슬람이냐’로 분석하는 게 좀 더 맞다. 어디서나 근본주의 세력은 시끄러워서 눈에 뛰는데, 정치인들이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인도네시아 사회가 수구적으로 변했다고 하긴 어렵고, 조금 지나면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본다.”
-미·중 갈등 속 인도네시아의 외교 전략은 어떤가.
“조코위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 게 있다면, 중국과 미국 모두와 가깝게 지내며 뭔가를 얻어내는 것이다. 이건 인도네시아가 가진 지정학적 장점이다. 수카르노 시절부터 내려온 비동맹 외교는 인도네시아 정치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전통이기도 하다. ‘우리는 누구 편만 들어줄 수 없다. 그게 우리의 전통’이란 수사를 쓴다. 우리나라처럼 반미, 친일 이런 식으로 쏠리는 게 아니라 실용주의 노선을 따른다. 이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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