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출전 반대” 목소리 분출 인니, U-20 월드컵 개최 자격 박탈
팔레스타인의 독립 지지
내년 대선·총선 앞두고
정치권이 부추긴 측면도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개최국인 인도네시아가 이스라엘의 출전을 거부해야 한다는 거센 국내 여론으로 논란을 빚다가 결국 개최국 자격을 박탈당했다.
FIFA는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현 상황을 고려해 인도네시아를 2023 U-20 월드컵 개최국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며 “대회 날짜는 변경되지 않으며, 가능한 한 빨리 새 개최국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스라엘의 U-20 월드컵 참가를 둘러싸고 반대 여론이 격화됐다.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수도 자카르타 등지에서 강경 무슬림 세력이 주도하는 이스라엘 선수단 출전 반대 시위가 일어났으며, 이스라엘 선수단이 입국할 경우 납치하겠다는 위협까지 뒤따랐다.
인도네시아는 2억7000만여명에 달하는 국민 대부분이 무슬림인,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다. 같은 이슬람 국가인 팔레스타인을 형제로 여기며 독립을 지지해 왔다. 여기에 반식민주의 전통까지 더해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인도네시아에서도 감정적인 문제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인도네시아와 이스라엘은 공식 외교관계도 없다.
이러한 역사·사회적 맥락 탓에 인도네시아에서는 U-20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이스라엘 선수단 입국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분출돼 왔다. 지난 24일 발리에서 조 추첨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지방 주지사가 이스라엘의 참가를 금지해달라고 요구하며 조 추첨 행사가 결국 취소되기도 했다.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이슬람 정서에 편승하려는 정치권 때문에 사태가 더 격화된 측면도 있다. 집권 여당인 투쟁민주당(PDIP)의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간바르 프라노워 중앙자바 주지사가 이스라엘을 거부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는 “수카르노 전 대통령은 아시아-아프리카 회의, 비동맹운동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에 헌신했다. 우리는 그의 명령을 따른다”고 말했다. 닛케이아시아는 “보수적 무슬림들은 최근 몇년 사이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증가시켰으며, PDIP가 이스라엘 배제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다 다른 나라에 개최국 지위를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28일 “정치와 스포츠를 혼동해선 안 된다”며 나섰지만 결국 U-20 월드컵 개최국 지위 상실을 막지 못했다.
인도네시아는 1958년 월드컵 때 이스라엘과 경기를 하느니 탈락을 선택하겠다면서 예선을 포기했고, 1962년 아시안게임을 주최할 때는 이스라엘 선수단에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등 이스라엘을 반대하다가 국제 스포츠 행사에 지장을 빚은 사례가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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