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승인한 ‘대통령 무력사용권’…미 상원, “오용 우려” 20여년 만에 폐지
“존속 필요” 의견도 많아
미국 연방 상원이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당시 대통령에게 두 차례 부여했던 무력사용권(AUMF) 승인을 20여년 만에 공식 철회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상원은 29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1991년과 2002년 이라크 침공과 관련해 승인했던 AUMF 폐지안을 찬성 66, 반대 30으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폐지안은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는 하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앞서 민주당 소속 팀 케인, 공화당 소속 토드 영 상원의원은 사실상 대통령에게 전쟁 승인 권한을 넘긴 AUMF의 오용 우려를 들어 지난달 폐지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1991년과 2002년의 AUMF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운영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잠재적 오용 위험이 있다”면서 “의회는 걸프전·이라크전의 공식 종료를 의미하는 AUMF 폐지 법안을 통과시킬 의무를 군인들과 참전용사, 가족들에게 빚지고 있다”고 밝혔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표결에 앞서 “헌법은 이 나라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전쟁을 할지 결정할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이 표결은 그 역할을 우리가 되찾을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공영라디오 NPR은 의회가 대통령의 전쟁 결정권 폐기를 표결한 것은 베트남전의 군사파견을 결의한 통킹만 사건(1964년) 조작에 따른 파병안이 1970년대 초에 폐기된 이후 무려 50여년 만이라고 전했다.
미국 헌법상 전쟁 승인 권한은 의회에 있지만 1991년 걸프전과 2002년 이라크 침공 당시 전쟁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모든 수단을 쓸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AUMF 조항을 만들었다. 이후 AUMF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한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공습하는 근거로 활용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카셈 솔레아미나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에 대한 공습을 승인할 때도 법적 정당성을 제공했다.
지난 수년 동안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의회가 AUMF를 폐지하지 않아 백악관에 전쟁에 대한 너무 많은 권한을 넘겨줬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내부적으로 찬반이 엇갈리며 번번이 폐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2021년 6월 하원에서 AUMF 폐지안이 가결된 바 있지만, 당시에는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AUMF 폐지안 통과에 대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래의 행정부가 AUMF를 사용해 중동의 또 다른 분쟁에 우리를 빠뜨리는 것을 미국인들은 원치 않는다. 우리는 중동의 끝없는 전쟁에 지쳤다”면서 지지를 표했다.
그러나 AUMF 폐지안이 공화당 주도 하원에서 통과될지는 불확실하다. 공화당 내에서는 AUMF가 대통령의 권한 남용 대상이 아니라 위험한 시기에 전 세계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백악관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고 CNN은 전했다. 최근 낙상해 자택에서 요양 중이어서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우리의 적 테러리스트들은 미군에 대한 전쟁을 조금도 철회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미군을 험지에 파견할 때 필요한 모든 법적 지원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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