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12년 만에 재개발

김보미 기자 2023. 3. 3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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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SH, 5월1일 계획 공고
주거급여 대상자인 거주민에
보증금·임차료 전면 지원 방침
토지 보상 수준 협의가 관건
지난 1월 발생한 화재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이 잿더미로 변해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강남구 구룡마을 재개발사업이 본격화된다.서울시는 거주자들의 임시이주를 위한 보증금·임차료를 전면 지원할 방침이다.

30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개포동 567-1 일대 구룡마을 26만6502㎡에 대한 토지 보상계획이 오는 5월1일 공고될 예정이다.

보상 대상은 토지 485필지로 소유자 등 이해관계인 546명, 거주 시설 등 지장물 2224건이 포함된다. 보상 절차·보상액 산정 방법 등이 공고되면 이의신청을 받은 후 보상협의회를 열어 감정평가·보상금을 산정한다.

서울시와 SH는 10월까지 협의 계약과 이주 대책 공고 등 후속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구룡마을 재개발은 2011년 정비계획이 처음 수립된 후 12년 만에 사업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룡마을은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서울 올림픽 준비로 강남 도심이 개발되면서 만들어졌다. 영세민 1000여가구가 구룡산과 대모산 자락에 모인 거대한 판자촌으로 축구장 37개가 넘는 규모다.

무허가 거주지라 10여년 전까지 전입신고도 할 수 없었으나 행정소송을 통해 2011년 5월 강남구에 전입신고를 하면서 거주민들이 임대주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후 SH가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제안해 공영개발 논의가 시작됐다.

과정은 지난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개발 방식을 놓고 갈등하며 2012년 지정된 도시개발구역이 2014년 해제됐다.

2015년 서울시가 재개발로 조성될 임대주택 재정착을 전제로 거주민 임시이주를 제안하며 사업을 재추진했으나 토지주와 거주 세입자 등의 견해차가 커 실행되지 못했다. 2016년 사업 방식을 변경하고 구역을 재지정해 개발계획이 수립됐고, SH가 사업시행자로 임대주택 1107가구를 포함한 총 2838가구를 짓는 계획이 2020년 6월 고시됐다.

총 1107가구인 거주민 가운데 567가구는 이주했고 현재 540가구가 살고 있다. 2011년 이후 화재 9번과 수해 1번이 발생해 246가구 412명이 피해를 입었다. 비닐·판자·부직포 등으로 만든 열악한 주거 환경 탓이다.

지난 1월 화재로 터전을 잃은 44가구(68명) 중 12가구는 임대주택으로 이주했으나 32가구는 임차료 부담 등으로 천막을 치고 생활 중이다.

이에 서울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중 주거급여 대상자는 임대 보증금과 임차료를 전액 지원 혹은 감면하기로 했다. 나머지 거주민도 보증금은 전액 감면하고 임차료 감면 비율을 40%에서 60%로 확대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생계가 어려워 여전히 이주하지 못하는 주민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거주시설 전체가 비닐로 만든 간이 공작물이어서 소액 보상비만으로는 거주민들의 이주가 힘들기 때문에 이들이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있다고 보고 추가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추가 지원으로 거주민 이주가 빨라지면 재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지만 보상 협의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토지주들은 구룡마을 건너편 개포동 아파트 단지 수준으로 보상받기를 원하지만 SH는 감정평가에 따른 공시가격 기준으로 보상할 방침이다. 또 거주민들은 재정착할 때 분양 전환 임대주택을 요구하고 있으나 서울시와 SH는 무허가 주택 거주자에게 아파트 분양권을 제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SH는 2종 일반거주지역인 구룡마을 일대를 3종 일반으로 상향해 용적률을 최대 250%로 올려 개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2020년 발표한 계획(임대 1107가구 포함 2838가구)보다 25% 이상 늘어난 3600가구 단지로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단지의 경우 땅은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짓는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잦은 재난으로 위험에 노출된 구룡마을 거주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조속한 이주와 도시개발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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