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오염수 방류 저지할 근본 조치 취해야…정부, 과학적 입장 안 밝히는 게 가장 큰 문제”
“누구 말이 진실이냐를 가리는 것보다 정부의 과학적 입장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에요.”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사진)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대통령실과 일본 언론의 진실 공방을 두고 3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방일 당시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를 만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전날 보도했는데, 대통령실은 이날 이를 전면 부인하며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장 캠페이너는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한국 정부가 자체적인 과학적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린피스에서 오염수 방류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장 캠페이너는 “일본이 예고한 오염수 방류가 코앞까지 와 있다”며 “한국 정부는 말싸움이 아니라 방류를 저지할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했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잠정 조치’ 신청도 대안
장 캠페이너는 정부가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오염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기 전까지 방류를 저지해달라는 ‘잠정 조치’를 신청하는 것이 당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국제해양법은 오래된 국제법으로 해양과 관련해 분쟁이 있을 때마다 강제력을 동원해 해결해 온 역사가 있다”면서 “한국은 인접국의 권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가처분 성격의 잠정 조치를 걸어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면 한국 정부가 안전성을 검토하거나 일본 정부가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밝히기 전까지는 방류를 강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어떤 근거로 오염수 해양 방류 안전성을 검토해 왔는지 정보 공유가 전혀 돼 있지 않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62종의 방사성물질을 정화하도록 설계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오염수를 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삼중수소나 탄소14 등 방사성물질을 완전히 거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는 “미국의 수백개 해양 연구소가 모인 전미해양연구소에서도 생물학적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며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장 캠페이너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대통령실 입장 역시 ‘지킬 수 없는 공언’이라고 본다. 그는 “137만t의 오염수 방류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수산물에 피해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비쳐 수입금지의 법적 논리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막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때 승소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캠페이너는 일본 오염수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과학적 입장’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일본에서 오보가 나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다른 나라도 한국 정부의 과학적 입장이 뭔지 파악할 수 없는 상태”라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아무 의견도 없는 상태로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염수 방류가 반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한국 정부의 과학적 입장이 무엇인지 누구도 알 수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내버려 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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