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못할 안보실장 사퇴…불신만 널뛰는 ‘외교 난맥’
조현동 새 주미 대사 내정 ‘속전속결’
‘내부 알력 다툼설’ 등 논란은 증폭
일각 대대적 인적 개편 신호탄 분석
윤석열 대통령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전격 교체한 지 하루 만인 30일 조태용 주미 대사를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임명했다. 신임 주미 대사에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을 내정했다. 안보실장 교체 파문 수습을 위한 속도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대통령실이 김 전 실장 교체 이유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은 여전하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조 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조 실장은 “중차대한 시기인데 안보실장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조 실장은 “지난 11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 국정 목표인 글로벌 중추 국가 건설을 위해 주춧돌을 잘 놨고, 그 위에 좋은 내용으로 집을 지어 국정 목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임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주미 대사에는 조현동 차관을 내정했다.
윤 대통령의 인선 속도전은 한·미 정상회담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외교안보 사령탑이 교체된 것에 대한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고, 외교안보 업무에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이 김 전 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 교체 이유를 명쾌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미국이 제안한 블랙핑크·레이디가가 합동 공연 보고를 수차례 누락한 것이 배경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 이유를 놓고도 각종 뒷말이 나온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단순히 그런 것(보고 누락) 가지고 (김 전 실장이) 사임을 하셨겠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전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알력설, 김건희 여사 개입설, 대일 외교 기조에 대한 윤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견해 차이설 등 다양한 억측이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며칠째 증폭되기만 하는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은 명백히 이유를 설명하기 바란다”며 “ ‘안보실 내부 알력싸움의 결과다’ ‘김건희 여사 최측근김승희 선임행정관과 외교부 출신 간의 갈등 때문이다’ 등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김 전 실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설 때 한·미 동맹 우선,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외교 방향을 세웠다”며 “그 방향을 세워 어느 정도 기틀을 잡았고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외교적인 디테일을 가미하는 데는 현장 외교 경험이 있는 조 실장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이런 흐름 속에서 안보실장 자리에 변화가 왔다”고 답했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번 외교안보 라인 개편을 계기로 내년 총선에 대비한 본격적인 인적 개편을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만큼 외교안보 라인 인사를 먼저 할 필요성이 있어서 무리수를 둬서라도 정리한 것”이라며 “비서실장 인사를 시작으로 개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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