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뭉개다 시작된 ‘50억 클럽’ 수사, 검찰 시늉 그쳐선 안 된다
검찰이 대장동 사업 비리와 ‘법조인 50억 클럽’ 연루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30일 전격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우리은행 본점 등도 포함됐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재직 당시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을 준비하던 남욱 변호사 등에게 도움을 주고 20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이 압수수색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검찰이 박 전 특검 수사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검찰은 이미 2021년 11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조사에서 남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이 2014년 ‘박영수 로펌’서 대장동 사업 입찰 준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은 2015년 수원지검의 대장동 사업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2009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의혹 수사에도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의 주변 인물들이 대장동 일당과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금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박 전 특검 딸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하고 대장동 아파트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받았다. 박 전 특검의 인척 이모씨는 대장동 아파트 분양대행 업무를 독점해 수백억원을 챙겼다.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세력의 ‘몸통’일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검찰만 이를 무시했다.
검찰이 뭉갠 의혹은 박 전 특검만이 아니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2021년 9월 김만배씨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적극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녹취록에 거론된 권순일 전 대법관, 최재경 전 민정수석 등에 대한 조사도 없었다. 검찰은 50억 클럽 인물 중 유일하게 곽상도 전 의원을 구속기소했지만 핵심인 50억원 뇌물 혐의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수사와 재판 진행을 얼마나 무성의하게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1년6개월간 이어진 검찰의 대장동 수사는 헌정사 처음으로 현직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검찰이 뒤늦게 박 전 특검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국회가 50억 클럽 특별검사법을 추진 중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설명이 어렵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특검법을 상정해 논의했다. 검찰이 법조인들의 대장동 연루 의혹에 어떤 결론을 내리든 특검이 다시 수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검찰 수사가 시늉에 그치면 이원석 검찰총장 이하 수사진은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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