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모노즈쿠리’ 첫 공동 진행… 제3국 진출 협력도 재개

정재영 2023. 3. 3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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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뒤 경제교류 훈풍
양국 기업 간 기술 교류 등 확대
‘모노즈쿠리’ 첫 양국 장인 참여
“동등한 파트너 패러다임 시작”
‘산업기술페어’ 90여개사 참여
11월엔 동남아 사전 조사 재개
“尹대통령 어려운 결단이 물꼬”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 기업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2014년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모노즈쿠리(장인정신) 현장개선 지도사업은 올해 처음으로 한·일 전문가 공동으로 진행된다.

2008년 시작된 한일산업기술페어는 참가 기업이 100개사에 육박해 2019년 한·일관계 악화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열리고, 우수퇴직기술자 지도사업도 올해 1000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한때 일본 기술을 배워오기만 했다면 이젠 동등한 위치를 넘어 우리 기술을 전파하는 시대를 앞두면서 “한·일 기업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확대되는 한·일 기업 간 협력

30일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한일재단)에 따르면 오는 11월 일본 측 파트너인 (재)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과 공동으로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일산업기술페어에는 일본 30여개사, 한국 60여개사 등 양국기업 90여개사가 참여할 계획이다. 2008년부터 한·일협력사업을 모아 대규모로 진행하는 사업으로 △한·일 비즈니스 상담회 △일본기술자 기술지도 상담회 △한·일협력 세미나 등으로 진행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 기간 중 개최된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도 협력강화가 제기된 제3국 진출 한·일협력모델 개발 사업도 올해 재개된다. 2013년부터 진행된 이 사업은 한·일 관계 악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가량 중단됐는데, 조사단 파견을 위해 오는 11월 동남아지역에 한·일 양국재단 사전조사가 재개된다.

2014년 시작된 모노즈쿠리 지도자 양성 및 활용 사업은 올해 10년째다. 국내 제조현장에서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 기술자를 대상으로 일본 모노즈쿠리 최고 전문가인 후지모토 다카히로 와세다대 교수가 운영하는 모노즈쿠리 개선네트워크에서 이론 교육과 국내 실습을 겸한다. 모노즈쿠리 지도자 양성 사업은 2014년 1기 28명을 시작으로 지난해 6기까지 101명의 지도 전문가를 양성했고, 308개사가 현장개선 지도를 받았다.

서석숭 한일재단 전무이사는 “일본의 퇴직 기술자를 전문적으로 발굴해서 체계적으로 기술지도를 시작한 게 15년 전”이라며 “여전히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사업도 있지만 정보기술(IT) 등은 한국의 경쟁력이 높아져 일본 기업도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이런 게 한·일 기업 협력사업의 뉴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기업 협력으로 미래 다져야”

다음달 중순부터 7월 말까지 진행되는 한·일 전문가 공동 모노즈쿠리 현장개선 진단지도 사업에는 12개사 모집에 22개사가 지원했다. 일본 전문가의 관리 노하우가 국내현장에 원활히 적용될 수 있도록 한·일재단의 모노즈쿠리 전문가가 공동 지도에 나선다. 이번에 선정된 자동차부품 수출기업 케이아이씨의 엄태웅 대표는 “이번에는 한국 전문가가 함께 컨설팅해준다고 해서 원활한 의사소통은 물론 여러 요구사항이 잘 반영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했다. 엄 대표는 “일본에는 여전히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기업인이 많지만 사업을 위해 협력한다”며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어려운 결정을 했다. 정치에서 물꼬를 터줘야 기업인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일 관계뿐 아니라 다른 부분도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기업인으로서는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협력 사업에 참여해온 다른 기업들도 입장이 비슷하다. 용접·금속가공 기술을 기반으로 엘리베이터 비상정지장치 국내 시장 점유율 40%인 동광사우는 2016년부터 한·일재단 일본 연수와 일본우수퇴직 기술자, 모노즈쿠리 현장개선 지도사업 등에 나섰다. 동광사우 이명렬 대표는 “한·일재단 사업의 도움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 7년 전 생산관리 시스템 개선에 나섰던 동광사우는 끊임없는 디지털화 작업을 통해 생산관리 프로그램을 사업화했다.

경기 시흥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프론텍은 2011년 한일재단 일본 연수를 다녀오고, 2014년부터 모노즈쿠리 현장개선 지도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프론텍 민수홍 대표는 “한·일재단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더 나은 것을 많이 준비할 수 있었다”며 “가깝고도 먼 한국과 일본은 서로 장단점이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교류 협력이 강화되고 서로의 장단점을 잘 활용하면 좋은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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