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진아, 너는 중국에 당했어?...슬쩍 베껴 ‘이것’ 버젓이 팔았다
출시한 뒤 9년이 흐른 2021년 12월. 김 대표는 지금도 그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더글로리 제작 관계사에서 르빠노 책가방을 등장시켜도 되냐는 문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품 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기 때문에 그는 흔쾌히 승낙했고, 지난해 12월 더글로리가 방영된 뒤 르빠노 책가방은 곧바로 화제를 모았다. 주문이 밀려든 것은 물론이었다. 김 대표는 “르빠노 책가방은 행복과 희망을 전달하는 우체통을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다”라면서 “학교 폭력을 주제로 다루는 드라마기 때문에 제품 컨셉과도 부합한다고 생각해 기뻤다”라고 말했다.
폭발적인 반응에 고무된 김 대표는 지난 10일 더글로리 시즌2 공개를 앞두고 평소 대비 10배로 늘렸던 물량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품이 없어서 못팔면 모처럼 얻은 호응에 부합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아동용 책가방은 신학기 시즌이 한해 판매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대목이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르빠노 책가방의 디자인을 그대로 도용한 중국산 가품이 오픈마켓을 타고 국내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더글로리 시즌1에 등장하면서 르빠노 책가방이 뜨자 중국 현지에서 불과 3개월만에 이를 그대로 도용한 제품이 등장한 것이다. 르빠노 책가방 가격은 30만원 수준인데, 중국산 가품은 3만~7만원. 이들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두 곳과 쿠팡, 인터파크, 11번가 등에서 버젓이 팔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중국산 가품은 품질이 매우 조악했지만, 르빠노는 신진 브랜드인 만큼 이미지 타격이 더욱 큰 손해로 다가왔다. 김 대표는 “마치 준비했던 것처럼 더글로리 시즌2 공개에 맞춰서 가품을 국내에 공급해 놀랐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부랴부랴 가품 유통을 막으려고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헛수고였다. 가품을 유통하는 오픈마켓에 일일이 문의를 넣어 가품이라고 알렸지만 증빙서류를 제출하라는 대답 뿐이었다. 서류를 모두 갖춰 신고한다고 해도 네이버의 경우 영업일 기준으로 4~10일이 소요된다고 명시했다. 신고 서류 또한 복잡하다. 네이버는 신고 양식에 상표등록증 사본이나 법원 판결문 및 행정기관 결정문 등을 첨부하라고 했다. 부랴부랴 김 대표는 경찰에 가품 유통업자를 고소하니 최종 판단까지는 1개월 이상 걸린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눈앞이 캄캄해진 그는 그제야 변리사를 선임해 대응하고 있지만 이미 신학기 대목은 놓치고 말았다.
심지어 김 대표는 어떻게든 가품 유통을 막으려고 초상권까지 꺼내들었지만 소용 없었다. 자신이 직접 등장해 촬영한 홍보 사진을 가품 유통업자들은 그대로 긁어서 올렸는데, 이를 초상권 침해로 네이버에 신고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김 대표는 “네이버는 신고를 여러 번 하면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라면서 “일단은 원하는 서류를 모두 갖춘 뒤 다시 신고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결국 김 대표는 뒤늦게 일본에서 르빠노 가방을 판매하려고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 현지에서 한국 못지않게 드라마 더글로리가 화제를 모았고, 신학기 또한 4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K브랜드가 모처럼 부흥기를 맞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정부가 오픈마켓에 책임을 부여하지 않으면 예솔이 책가방과 같은 사례는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입점 업체들 사이에 허위로 신고하는 사례가 나타나 가품으로 신고가 접수되면 소명 절차를 밟고 있다”라면서 “르빠노 책가방의 가품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 확인하던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가품으로 피해 업체가 발생하고 있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고 어떻게 개선해 나갈 수 있는지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1년에 딱 100대 판다”…‘멋짐폭발’ 제네시스 오픈카, 드디어 왔다 [왜몰랐을카] - 매일경제
- 교사 인기 이렇게 떨어졌나...수능 4등급도 부산교대 합격 - 매일경제
- “갑자기 바닥 꺼졌다”…우물에 풍덩 수십명 사망 ‘대참사’, 인도 발칵 - 매일경제
- 김의겸, 한동훈에 질의하며 ‘손 덜덜’…“속에서 열불이 나서” - 매일경제
- [단독] 지방근무용·주말주택 종부세 제외…與, 다주택자 세제혜택 추진 - 매일경제
- “점심 저렴하게 먹을래”…고물가에 ‘도시락 특수’ 맞은 편의점 - 매일경제
- 사과 없이 떠난 전두환과 그의 손자가 가는 길 [핫이슈] - 매일경제
- 근무시간에 내연녀와 성관계한 경찰관…법원 “해임 적법” - 매일경제
- 전우원 사과에 참았던 눈물 쏟아낸 오월 어머니, 그를 꼭 안았다 - 매일경제
- “뒷돈이 농담? 장정석 단장은 돈 보내는 방식까지 알려줬다더라”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