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김성한 사퇴’ 수습 속도전 돌입···의혹은 여전

유설희 기자 2023. 3. 3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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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가운데)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조 실장 등 국가안보실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창길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전격 교체한 지 하루만인 30일 조태용 주미대사를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임명했다. 신임 주미대사에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을 내정했다. 안보실장 교체 파문 수습을 위한 속도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김 전 실장 교체 이유에 대한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은 여전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 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조 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기자들과 만나 “중차대한 시기인데 안보실장이란 자리를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조 실장은 “지난 11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인 글로벌 중추 국가 건설을 위해서 주춧돌을 잘 놨다고 생각한다”며 “그 주춧돌 위에 좋은 내용으로 집을 지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 안보실을 포함해 대통령실 전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원팀’으로 노력해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주미대사에는 조 차관을 내정했다.

윤 대통령의 인선 속도전은 한·미정상회담을 한 달도 채 안 남지 않은 시점에 외교·안보 사령탑이 교체된 것에 대한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고, 외교·안보 업무에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이 김 전 실장 등 외교안보라인 교체 이유를 명쾌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미국이 제안한 블랙핑크·레이디가가 합동 공연 보고를 수차례 누락한 것이 배경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외교·안보라인이 미국 측 제안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그 이유를 놓고도 각종 뒷말이 나온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인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단순히 그런 것(보고 누락) 가지고 (김 전 실장이) 사임을 하셨겠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전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알력설, 김건희 여사 개입설, 대일 외교 기조에 대한 윤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견해 차이설 등 다양한 억측이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며칠째 증폭되기만 하는 국민 우려를 깨끗이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은 명백히 이유를 설명하기 바란다”며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일범 의전비서관 사표 때부터 ‘안보실 내부 알력싸움의 결과다’ ‘김건희 여사 최측근인 김승희 선임행정관과 외교부 출신 간의 갈등 때문이다’ 등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김 전 실장이 사퇴한 이유가 미국 측에서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협연을 제안했는데 이를 외교·안보 라인에서 수차례 누락했기 때문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는데 이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을 해달라’는 질문에 “김 실장은 교수 출신으로서 윤석열정부가 들어 설 때 한·미동맹 우선,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외교 방향을 세웠다”며 “그 방향을 세워서 어느 정도 기틀을 잡았고, 이런 상황에서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협력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조금 더 외교적인 디테일을 가미하는 데는 학자 출신보다는 현장에서 외교를 했던 경험이 있는 조태용 실장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흐름 속에서 안보실장 자리에 변화가 왔다고 이해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 임명된 조태용 안보실장은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유능한 외교관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가장 적합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번 외교·안보라인 개편을 계기로 내년 총선에 대비한 본격적인 인적 개편을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만큼 외교·안보라인 인사를 먼저 할 필요성이 있어서 무리수를 둬서라도 정리한 것”이라며 “비서실장 인사를 시작으로 개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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