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모빌리티 혁신, 도로 디지털에 달렸다

2023. 3. 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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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찬들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넷, 스마트폰의 등장에 이어 모빌리티의 혁신이 시작되었다. 이 세 가지 변화의 특징은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방점이 있다. 모빌리티의 영역에서도 소프트웨어가 그 가치를 정의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배터리 관리기술, 안전한 자율주행, 빠른 충전기술 등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차 등 모빌리티의 가치가 결정된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지난해 소프트웨어 회사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것도, 구글·애플·IBM 등 빅테크 기업이 모빌리티 기술 전쟁에 뛰어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모빌리티 산업은 이제 인공지능(AI), 반도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 5G까지 첨단 기술이 한꺼번에 녹아드는 용광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빌리티 산업의 전환에 따라 모빌리티의 기본 인프라인 도로도 변화해야 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차는 정해진 조건에서 운전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시스템이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통제하는 레벨 4수준의 기술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아직 자율주행차가 다닐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지 않아 전 세계 어디에서도 매출을 낼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자율주행차는 다양한 센서를 통해 도로교통정보를 수집해 주행하나, 수집 범위는 반경 200m 내외로 사람이 운전하면서 주시하는 범주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일반 운전자와 자율주행차가 섞이게 되면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차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운전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도로정보의 디지털화가 필수적이다.

그 외에도 도로정보의 디지털화가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디지털화된 도로정보를 토대로 도로의 유지·관리를 효율화할 수 있다. 1960년대부터 국가의 중요한 기반 시설이었던 도로망은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으나, 이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후화되고 있어 체계적인 유지·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도로 관리수준은 도로관리청별 여건에 따라 상이하며, 특히 예산·인력이 부족한 지자체의 경우 도로정보가 부책·카드 등 종이 형태로 기록되어 도로 준공 이후 갱신되지 못하고 있다.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그 기반이 되는 도로는 아직 낡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표준화된 규격에 따라 도로정보를 디지털화하여 관리하고, 도로 시설물의 노후화 정보, 유지·보수 이력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효율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도로정보는 도로의 유지·관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모빌리티의 기반 인프라로서도 필수적이다. 자율주행차 등이 안전하게 주행하기 위해서는 도로정보의 최신성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도로의 선형화 등 개량 공사로 인한 변경, 신호등과 같은 기본 시설물 정보 변화 등을 모빌리티 기업이 즉시 파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변경 정보를 가장 먼저 인지하는 도로관리청이 민간에 이를 수시로 갱신·제공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국정과제인 '도로대장의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로대장은 도로의 유지·관리에 필요한 노선번호, 길이, 시종점, 도로가 포함하는 49종의 시설물 정보 등이 수록된 공적장부이다. 위 국정과제는 도로대장의 디지털화를 통해 2027년까지 고속국도, 일반국도, 지방도 등 총 11.3만㎞에 이르는 전국 도로의 통합정보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디지털화된 도로정보를 토대로 도로관리 표준모델을 확립해 공동 활용한다면 도로의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도로의 변경정보를 가장 먼저 인지하는 정부기관이 도로대장을 통해 민간에 도로의 최신 디지털 정보를 제공하는 협력체계가 구축된다면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주춧돌이 되어줄 것이다.

'CES 2023'에서도 재확인했듯이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이어지는 모빌리티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이 시장이 단순히 기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과 시장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SOC인 도로의 디지털화를 토대로 정부·민간 간 협업 생태계를 통한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도로대장 디지털화는 도로 유지·관리의 효율화, 최신 디지털 도로정보의 제공을 통해 모빌리티 혁신의 첫 번째 단추가 되어줄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차원이 다른 모빌리티 시대를 앞당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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