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狗猛酒酸 <구맹주산>

이규화 2023. 3. 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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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구, 사나울 맹, 술 주, 초 산.

구맹주산.

한비자는 '구맹주산'을 임금이 간신배를 멀리 하라는 경구로 삼을 것을 권했다.

일상 인간관계와 경제에서도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도 구맹주산으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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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구, 사나울 맹, 술 주, 초 산. 구맹주산. 글자대로 보면 개가 사나우면 술이 쉬어진다는 뜻이다. 풀어보면 술도가에서 아무리 술을 맛있게 빚더라도 그 집 개가 사나우면 술 사러 오길 꺼리므로 술이 잘 안 팔려 술이 쉰다는 의미다. 한비자(韓非子)의 '외저설우'(外儲說右), 춘추시대 제(齊) 나라 안자(晏子)의 언행을 모아 펴낸 '안자춘추' 문상(問上)편 등에 전해지는 고사다.

춘추전국시대 송(宋) 나라에 술 장사꾼이 있었다. 술을 잘 빚고 사람도 친절해 장사도 잘 됐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술이 잘 팔리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그가 마을 어른 양천을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양천은 "자네 집의 개가 사나운가?"라고 되물었다. 그렇다고 답하자 양천이 이르길 "어른들이 대개 아이를 시켜 술을 사오게 하는데, 자네 집 개가 사나우면 들어갈 수가 없으니, 술이 팔리지 않고 쉬어지는 것이라네"라고 했다.

이 일화에서 한비자는 나라의 간신배를 사나운 개에 비유했다. 아무리 어진 신하가 옳은 정책을 군주에게 건의해도 조정 내 간신배가 들끓으면 정사가 제대로 펼쳐질 리 없다는 것이다. 한비자는 '구맹주산'을 임금이 간신배를 멀리 하라는 경구로 삼을 것을 권했다. 후대로 오면서 간신배가 많으면 어진 신하를 쫓아내어 임금 곁에 양신(良臣)과 충신이 모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였다. 일상 인간관계와 경제에서도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도 구맹주산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부든 민간기업이든 어떤 조직에서나 '사나운 개'가 있기 마련이다. 주인에게는 한 없이 유순하고 충성을 다하지만, 그 '사나움'이 조직은 물론 주인에게 해가 됨을 알지 못한다. 구맹주산은 또 일의 성패(成敗)가 본질이 아닌 작은 곁가지에서 나는 경우를 조심하라는 의미도 있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리지 말라는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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