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범 뒤로 숨은 '나머지 52인'...이번에는 윤곽 드러날까

고성환 2023. 3. 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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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OSEN=고성환 기자] 승부조작범 48인에 가려졌지만, 잊어선 안 될 이들이 있다. 바로 대한축구협회(KFA)의 면죄부만 기다리고 있는 나머지 52인이다. 

KFA는 30일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징계 사면 건을 재심의하기 위해 31일 오후 4시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임시 이사회는 이번 결의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신속한 재논의를 위해 개최하게 됐다"라고 발표했다.

일단은 KFA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한 발 뒤로 물러나는 그림이다. KFA는 지난 28일 오후 7시 '축구인 100명 사면 단행'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라고 공식 발표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다.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다.

명분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KFA는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이유로 내세웠다.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을 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라며 뻔하디 뻔한 변명도 덧붙였다.

발표 시점 역시 '날치기'였다. KFA는 이번 사면 안건을 밀실 통과시킨 것도 모자라 우루과이전 킥오프 1시간 전에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5분 후 경기 선발 명단을 공개했다. 기자들의 취재와 팬들의 관심을 최대한 피하려는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당연히 팬들은 분노에 휩싸였다.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다. 공정성과 신뢰라는 기본 원칙을 잃은 프로스포츠는 살아남을 수 없다. 12년 전 K리그가 승부조작 스캔들로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승부조작 가담자 뒤로 숨은 52인도 잊어선 안 된다. 현재로서는 과반수에 달하는 이들이 누구인지는커녕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알 수 없다. KFA 관계자도 지금 징계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기존 입장문과 추가 발표될 보도자료를 참고해달라고 했다. 

다만 두 차례 발표된 입장문을 살펴봐도 성 비위 행위자가 제외됐다는 사실만 명확히 드러나 있다. 과거 징계 내용을 토대로 폭력, 횡령, 배임, 편파판정 등으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팬들은 사면 명단 전체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KFA의 생각은 다르다. KFA는 "공정위원회 결과를 공표할 때 징계 대상자 명단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면 대상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곧 징계 혐의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되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라고 입장을 내놨다.

임시 이사회에서 KFA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이번 사면안을 전면 철회할 수도 있고, 비난이 집중된 승부조작범 48인만 사면을 취소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그대로 100명 모두 사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번 재논의가 없었다면, 나머지 52인은 승부조작 48인을 화살받이 삼아 면죄부를 받았으리란 사실이다. 사실상 이름이 알려진 승부조작 가담자들과 달리 이들은 누구인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이들에게는 조용히 과거 잘못을 세탁하고 다시 축구계에 발 들일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지금이라도 최대한 주워 담아야 한다. KFA가 정말로 징계 축구인들을 사면하고 싶다면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투명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홀로 "긴 시간 동안 징계를 받으며 많은 반성을 했다"라고 판단 내릴 것이 아니라 여론과 많은 관계자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베일에 싸인 52인에 대한 추가 설명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팬들의 시선은 임시 이사회로 쏠린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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