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도 올영으로···재편되는 '로드숍'

신미진 기자 2023. 3. 3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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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K뷰티 판매전략 수정
저가 화장품시장 매출 하락세
에뛰드 이어 연내 멀티숍 입점
무신사·뷰티컬리 e커머스도 공략
가맹점이 변수 "상생안 찾을 것"
[서울경제]

1세대 K뷰티인 '이니스프리'가 멀티 브랜드숍인 올리브영에 입점한다. 한때 저렴한 가격과 좋은 입지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저가 화장품 시장 자체가 부진한 데다 팬데믹 후유증까지 덮치며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뷰티 시장 주도권이 e커머스로 넘어가고 있어 탈(脫) 로드숍 정책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연내 이니스프리를 올리브영에 입점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전날 가맹점주협의회와 1차 회의를 진행하고, 입점 규모와 종류 및 온라인 대응 등을 논의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로드숍 브랜드인 '에뛰드'의 일부 제품은 이미 2020년 올리브영에 입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화장품 시장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새 고객층을 확보해 기존 가맹점을 포함한 이니스프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이 2010년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저가 화장품 브랜드로, 국내 화장품 로드숍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자연주의 콘셉트를 내세워 2016년 매출이 7579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2997억 원까지 줄며 반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매장 수도 1000여 개에서 300여 개로 줄었다.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로 방한 중국인이 줄었고, 고급화 트렌드에 저가 화장품 시장의 성장동력이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이니스프리는 2019년부터 신규 개점을 중단하고 대응책을 모색해왔다.

미샤·어퓨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078520)도 매출이 2016년 4345억 원에서 지난해 2478억 원까지 줄었다. 이에 기존 미샤 매장을 멀티 브랜드숍인 '미샤 플러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니스프리는 '스킨푸드'의 사례를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킨푸드는 2018년 경영난에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지만 멀티 브랜드숍 입점과 온라인 강화에 힘입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고, 지난해 9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 입점한 올리브영 패드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하며 반전 기회를 찾았다.

온라인 뷰티 시장이 커지면서 e커머스에 입점해 활로를 찾으려는 중저가 브랜드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e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3%에서 2021년 21%까지 확대됐다. 이니스프리와 미샤, 스킨푸드 등 1세대 브랜드도 현재 뷰티컬리와 무신사뷰티 등에서 판매를 진행 중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과 e커머스 모두 여러 제품을 한 곳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며 "30~40대까지 높아진 주 고객층을 10~20대로 다시 낮추기 위해선 이런 방향으로 판매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맹점주 반발이 변수다. 올리브영 입점 시 인근에 있는 가맹점 매출이 하락하는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051900)은 '더페이스샵'의 멀티 브랜드숍 입점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측은 가맹점을 보호하고 상생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니스프리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자영업인 가맹점주의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협의 결과에 따라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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