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노웅래 구했던 野의 ‘내로남불’… 與 하영제 체포동의안은 가결

민영빈 기자 2023. 3. 3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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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제 체포동의안 투표 281표 중 찬성 160표 반대 99표로 가결
與 “국민과 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지켰다”
野 이재명·노웅래 때와 달리 찬성표 다수 던진 듯… “딱히 드릴 말씀 없다”

하영제(경남 사천·남해·하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60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당론 없이 자율 투표를 결정했지만, 민주당에서 50표 이상의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정치 탄압’ 수사로 보고 부결시켰던 민주당의 ‘내로남불’ 표결 행태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체포동의안에 관한 투표를 마친 뒤 기표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하영제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무기명 표결을 진행했다. 그 결과 총 투표수 281표 중 찬성 160표, 반대 99표, 기권 22표로 가결됐다. 하 의원은 조만간 법원의 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해 구속 여부 판단을 받을 예정이다. 하 의원은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2년간 경남도의원 선거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예비후보자로부터 7000만원을, 보좌관 등으로부터 575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가부를 결정한다. 국민의힘은 총 115석 중 104명이 표결에 참석했다다. 국민의힘은 이날 체포동의안에 대해 ‘권고적 당론’ 형태로 사실상 찬성에 무게를 뒀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58명은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로 미루어 169석의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사실상 가부를 정하는 구조에서 최소한 50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을 나와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되는 건 당연한 도리 아닌가”라며 “우리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이미 선언했고, 우리가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는 달리 자당 의원에 대해서도 일관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이 자신의 개인적 비리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불체포특권 남용을 하는 것은 앞으로도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김 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다시 국회에 올라올 경우 민주당이 어떻게 결정할 것으로 보는지 묻자 “민주당이 적어도 양심이 있는 정당이라면 이 대표가 갖고 있는 단군 이래 최대의 비리 의혹이라고 하는 사태에 대해 국회를 방패막으로 삼는 잘못된 행동들을 즉각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본회의장을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하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은) 대단히 마음 아픈 일이지만 우리가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가결) 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체포동의안은 구속하라는 취지가 아니라 법원의 영장심사에 응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웅래·이재명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부결표를 많이 던졌기 때문에 연장선상에서 부결표가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며 “우리는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는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 민주당은 대선 때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체포특권을 하겠다고 했지만 잘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국민들도 잘 보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권인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도 이날 본회의에서 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하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은) 어쩌면 예견된 내용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의 내로남불로 볼 수 있냐고 질문하자 조 대표는 “그렇다”라며 “(오늘 표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이) 솔직히 말하면 X팔린 줄 알아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민주당은 하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의원 다수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이 대표에 대한 또 다른 체포동의안이 상정되는 경우에 대한 부담도 지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을 나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에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입장과 앞으로 또 상정될 가능성이 있는 체포동의안에 대한 생각을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본회의장을 나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별도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또 오게 될 경우의 입장을 되묻자 “차후 체포동의안 표결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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