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가입자 대이동 예고···증권사 고객 유치 '총력전'
은행·보험업종 80% 독점 속
증권사 "점유율 확대할 기회"
퇴직연금 상품 강화 공들여
700만 명을 넘어선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쉽게 금융회사를 갈아탈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본격 추진하자 금융권이 시장 판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하며 만반의 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은행·보험 업종이 퇴직연금 시장의 80% 가까이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고수익을 올려온 증권사 등 금융 투자 업계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퇴직연금 상품 강화에 총력전을 펼 태세다.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열린 ‘퇴직연금 업무설명회’에서 고용노동부·금융위원회·금감원은 현 퇴직연금 시장의 문제점으로 저조한 수익률, 시장 내 경쟁 저하, 신규 진입·퇴출 부진, 적립금 중심의 양적 경쟁 등을 들었다. 실제로 고용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체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10년간 2.39%, 5년간 1.96%로 계속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버는 돈이 적은데 금융회사만 따박따박 수수료를 받는 상품이 아니냐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새 정책에는 계좌 이동과 수익률 압박 유인이라도 높여야 각 금융회사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
증권 업계는 ‘연금 상품의 실물 이전’ ‘수수료·수익률 연동제’ 등이 새로 가동될 경우 은행이 압도하는 시장점유율도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점포 수를 내세운 접근성으로만 승부를 보는 시장이 아니라 수익률과 각종 혜택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입자 수가 뒤바뀌는 시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말마다 퇴직연금 만기 도래에 따라 발생하는 대규모 자금 이동이 상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금융 투자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1년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의 점유율은 50.6%에 달했다. 그 뒤를 생명보험(22.0%)과 손해보험(4.8%) 등 보험사들이 이었다. 은행과 보험사들이 차지한 점유율만 77.4%에 이르고 금융 투자 업종의 점유율은 21.3%에 그쳤다.
하지만 운용 수익률 순위는 이와 정반대였다. 2021년 금융 투자 업계가 3.17%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사이 생명보험(1.93%), 손해보험(1.69%) 등은 1%대 수익률에 머물렀다. 은행은 1.59%로 금융 투자 업계 수익률의 절반 밖에 안 됐다. 2021년 기준으로 5년·10년 단위 수익률로 보더라도 순위는 같았다. 금융 투자 업종이 5년간 2.64%, 10년간 2.83%씩 수익률을 뽑는 동안 은행은 각각 1.69%, 2.21%의 수익률만 거뒀다.
수익률은 가장 낮은데 2021년 총비용부담률은 은행이 0.464%로 독보적으로 높다. 총비용부담률은 적립 운용 관리 수수료, 자산관리 수수료, 펀드 비용을 더한 연간 총비용을 적립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금융 투자(0.387%), 생명보험(0.379%), 손해보험(2.92%) 등은 은행보다 총비용부담률이 낮았다. 금융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 정책 방향으로 증권사에 유리해진 부분에 각사가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 증시가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점은 금융 투자 업계의 단기 악재로 지목됐다. 다른 공모·사모펀드조차 고수익을 내지 못하고 가입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수적인 퇴직연금 시장의 투자자만 늘릴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증시가 상대적으로 활황이었던 2021년에도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295조 6000억 원 가운데 255조 4000억 원(86.4%)은 원리금 보장형이었다. 금융 투자 업계가 주도하는 고위험 고수익의 실적배당형 상품 적립금 규모는 40조 2000억 원(13.6%)에 불과했다.
김미영 금감원 부원장보는 “올해 연금 시장 내 시장 참여자의 근본적 행태 변화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적립금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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