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장사’ 화물차 지입제 피해 심각…“20시간 운송 요구도”

최하얀 2023. 3.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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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입제' 화물운송 노동자(차주)가 겪은 피해사례를 집중 조사해보니 운송업체의 부당한 번호판 사용료 수취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주가 노후차를 바꾸거나 폐차하려고 하자 운송업체가 동의해주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거나, 출하 집중 시기에는 한번에 18∼20시간을 수송해야 한다는 계약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이를 보면, 피해 사례 가운데 53.7%가 '운송사업자가 번호판 사용료를 요구해 수취한 경우'였고, 13.4%가 '지입료를 받고 일감을 제공하지 않은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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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입제 피해 신고 790건 분석해보니
번호판 사용료 수취 53.7%,
지입료 받고도 일감 미제공 13.4%
“212건 행정처분, 97건 세무조사 검토”
연합뉴스

정부가 ‘지입제’ 화물운송 노동자(차주)가 겪은 피해사례를 집중 조사해보니 운송업체의 부당한 번호판 사용료 수취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주가 노후차를 바꾸거나 폐차하려고 하자 운송업체가 동의해주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거나, 출하 집중 시기에는 한번에 18∼20시간을 수송해야 한다는 계약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정부는 불법성이 짙은 32건을 추려 협박, 강요,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30일 화물 차주 지입제 피해 집중신고 기간이었던 2월20~3월17일에 받은 신고 사례 790건(하루 30.4건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를 보면, 피해 사례 가운데 53.7%가 ‘운송사업자가 번호판 사용료를 요구해 수취한 경우’였고, 13.4%가 ‘지입료를 받고 일감을 제공하지 않은 경우’였다. ‘화물차량을 대차·폐차하는 과정에서 동의 비용으로 도장값을 수취한 경우’도 4.2%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화주-운송업체-차주로 연결된 다단계 화물운송시장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반 화물차 운송사업에서 위수탁차주(지입제 차주) 비율은 92.5%에 이른다. 이들은 자비로 화물차를 마련했지만, 운송사 명의로 차량을 등록해 영업용 번호판을 받아 일한다. 정부가 법으로 지입제를 금지했던 1961년 이후에는 운송업체 직영 전환(운송기사 직접 고용해 영업)을 추진한 바 있지만, 1997년에 지입제가 다시 합법화된 뒤에는 다단계 구조가 수십년간 뿌리 내렸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 발표자료를 보면, 통상 영업용 번호판 대여료는 월 20만∼30만원 수준이다. 대여료와 별개로 권리금 성격으로 번호판 사용료를 받는 운송업체도 많은데, 이는 한번에 2천만∼3천만원으로 금액도 크고 계약이 끝난 뒤에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노후차 대차·폐차 동의료 성격인 도장값은 대략 700만∼8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송사의 불법 운영을 파악해 감차(허가 차량을 줄이는 조처) 처분을 했고, 이에 차주가 정당하게 명의 이전을 요구했는데도, 운송사가 명의 이전 대가로 1500만원을 요구한 경우도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신고 받은 사례를 바탕으로 지난 24일까지 운송업체 53곳에 대해 현장조사도 벌였다. 그 결과 53개사의 업체당 평균 직원 수는 4.3명에 그쳤고, 보유한 운송차는 평균 91.3대로 나타났다. 한 업체의 대표자가 다른 운송법인도 보유한 경우가 66%(35개사)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화물자동차법에 따라 행정처분 대상이 되는 사례 212건을 추려 지자체에 검토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대금을 운송업체 법인이 아닌 개인 명의의 계좌나 현금으로 요구한 경우 등 97건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세무조사 검토도 요청한다. 번호판 강탈 또는 계약서 변경 강요 등 특히 불법성이 짙은 32건은 경찰청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수사의뢰 예정인 사례에 대해 “당초 광고 내용과 달리 고정된 운송 물량이 없어 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거나, 과적을 강요하고 경우,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업무를 배정해 계약해지를 유도한 경우 등”이라며 “집중 출하 시기에는 한번에 18∼20시간을 수송해야 한다는 등의 노예계약과 다름없는 내용을 넣어 계약서에 넣고 계약을 종용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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