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환 교수 “지지율 80%에도 3선 제한 막힌 조코위, 무리수 안 둘 것”

김서영 기자 2023. 3. 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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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
신윤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상 인터뷰
신윤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신윤환 교수 제공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오는 9월 수교 50주년을 맞는다. 양국은 1966년 8월 영사관계를 수립해 1973년 9월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었다. 이후 한국 기업이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에 활발히 투자했고, 봉제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 대거 진출했다. 이 같은 경제적 교류를 비롯해 인도·태평양에서 중점적 역할을 하는 인도네시아의 지위에 힘입어 양국은 2017년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이르렀다. 지난 18일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도네시아 신수도 부지를 방문하는 등 여전히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국제 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올해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순회의장국으로서 외교적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국내적으로는 내년 대선·총선을 맞아 정계 개편이 예고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에는 ‘인구 2억7000만명, 자원 부국, 세속 이슬람’이란 수식어가 으레 따라붙는다. 여러 모로 한국과 반대다. 이를 해석하기 위해 신윤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전 한국동남아학회장)를 지난 23일 화상 인터뷰했다. 1980년대 초 첫 방문한 이래 40년 간 인도네시아를 지켜봐 온 신 교수에게서 한국과 인도네시아 관계의 특징, 내년 대선 전망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고민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교 50주년, 굴곡 없는 한국-인도네시아 관계”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는 어떤 편인가.

“굉장히 좋다. 동남아에서는 베트남에 이어 두세번째로 꼽히는 관계로 발전했다. 한일관계나 한중관계처럼 어떤 나라와든지 관계가 이 정도로 발전하다 보면 잡음이 있기 마련인데, 양국은 관계의 굴곡을 만들어 내는 사건이나 요인이 없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의 자본과 인도네시아의 노동력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는 상호보완적 관계다. 국가나 자본이 아닌 일반인끼리의 측면에서 봐도 서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나쁘지 않다.”

-한국의 대아세안 전략 속 인도네시아의 위치는.

“역대 한국 정부는 대체로 인도네시아를 중요하게 취급했다. 기본적으로 큰 나라를 중요하게 취급하는 외교 방식 때문이다. 소위 ‘4강 외교’라는 사고방식을 아세안에도 적용해 인구와 경제면에서 덩치가 큰 인도네시아를 중요하게 본 것이다. 역대 정부의 아세안 정책은 간판만 바꿔 단 수준이다. MB 시절 자원외교든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든, 동남아를 외교나 정치의 대상이라기보단 우리의 자원이자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 지역으로 보는 시각엔 변함이 없다. 다만 전체적으로 아세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긴 했다.”

-대아세안 정책이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강대국 중심으로 사고하면 강대국의 논리에 말려들어가 우리는 피해를 입게 된다. 우리는 반대로 가야 한다. 아세안에서 어떤 나라를 특별 대접하는 게 아니라 아세안을 하나의 전체로서 대우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처럼 눈에 뻔히 드러나는 강대국 위주 외교는 다른 나라를 기분 상하게 할 수 있어 근시안적이다. 경제적으로는 큰 시장을 찾아가는 게 어쩔 수 없더라도 정치는 힘없는 나라와도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다.”

지지율 높지만 3선 제한에 막힌 조코위···“무리수 두지 않을 것”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4일(현지시간) 규모 5.6 지진으로 271명 이상이 사망한 서자바주 시안주르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네시아는 올해 아세안 순회의장국이다. 미얀마 문제 등에 있어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 보나.

“예전 수카르노 대통령 시절엔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를 하나로 묶겠다든지, 비동맹외교와 제3세계 노선을 따르겠다는 식의 글로벌 전략이 있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으로 나라가 너무 크고 내정이 중요해서 정치인으로선 국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아세안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아세안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그렇게 크지 않은 것이다. 다만 조코위 대통령이 국내에서 인기가 워낙 많기 때문에 새 정치적 이슈와 업적이 필요해 아세안에 눈을 돌릴 순 있다. 그러나 그가 특별히 외교적 비전이 있다거나 아세안을 정말로 ‘동남아 공동체’로 만들려는 구상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미얀마를 포함해 아세안 내 권위주의 대두 문제를 해결하려고 투신할 정도의 민주주의자도 아니다.”

-2선까지 한 조코위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데, 현지 보도를 보면 여러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떻게 전망하나.

“더이상 얻을 것이 없기 때문에 개헌 같은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다. 투쟁민주당(PDIP) 내에서 조코위 파벌이 그의 출마를 종용한다든가 하는 상황도 아니다. 이 당의 터줏대감은 수카르노의 딸인 메가와티고, 조코위는 손님이다. 그래서 그가 당 내에서 지켜야할 이해관계는 별로 없다. 다만 아들 둘이 걸려 있다. 자기가 아직 권력이 있을 때 두 아들의 주지사, 시장직 같은 정치적 길을 닦아주는 정도까지는 할 수 있다. 조코위 대통령이 지지율 80%가 나올 정도로 하도 인기가 좋으니까 일부 정치인들이 이를 이용해 부통령 출마설 같은 일종의 자가발전을 하는 것 아닐까.”

-조코위 대통령은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가.

“영어로 치면 ‘다운 투 어쓰’(down to earth·매우 소박한, 같이 있기 좋은)다. 굉장히 ‘보통 사람’이다. 예를 들어 어느 동네에 문제가 생기면 그곳에서 며칠 밤을 새고, 현장에 주민들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물난리가 난 곳에선 자기가 직접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타고 났다.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고 자기를 낮추는 솔직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원하는 대중의 심리에 부합한다.”

이슬람 스펙트럼·실용외교···신수도 이전은 ‘도전’
지난해 12월 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에서 활동가들이 새 형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난해 말 혼외성관계를 금지하는 등 이슬람 색채가 강한 형법 개정안이 통과돼 논란이 일었다. 세속 이슬람이라고 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이런 법까지 나오게 된 맥락은 무엇인가.

“세속 이슬람인 건 맞다. 그런데 어디서나 근본주의 세력은 시끄러워서 눈에 띈다.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세속적인 정치인들조차도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이슬람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지금 인도네시아 정치는 우리처럼 ‘민주당이냐 국힘이냐’ 식이 아니라 오히려 ‘어느 정도의 이슬람이느냐’로 분석하는 게 좀더 맞다. 여기에 더해 집권당에 여러 당이 붙으며 연대를 형성해, 권력을 가진 쪽의 힘이 더 커지는 정치적 전통이 있다. 그러니 이런 법이 아무리 현실과 안 맞는다 하더라도 일단 수레바퀴가 굴러가니 정치가 막지 못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인도네시아 사회가 수구적으로 변했다거나 보수화됐다고 하긴 어렵고, 정치적으로 동원된 결과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사회가 지나치게 상품화, 세속화됐다는 것에 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다. 조금 지나면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본다.”

-미중 갈등 속 인도네시아의 외교 전략은 어떤가.

“조코위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 게 있다면, 중국과 미국 모두와 가깝게 지내며 뭔가를 얻어내는 것이다. 이건 인도네시아가 가진 지정학적 장점이기도 하고, 비동맹 외교의 전통도 있어서 조코위만의 유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비록 수카르노 시절의 비동맹주의가 이룬 건 아무 것도 없더라도 인도네시아 정치인들은 그걸 자랑스러워하는 전통이 있다. 자기들의 외교적 자산으로서 상징적으로 지키려고 한다. ‘우리는 누구 편만 들어줄 수 없다. 그게 우리의 전통’이란 수사를 쓴다. 우리나라처럼 반미, 친일 이런 식으로 쏠리는 게 아니라 실용주의 노선을 따른다. 이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칼리만탄섬에 신수도 제1구역을 내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뭔가를 추진했다가 버린 게 너무 많아 이것도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성공하더라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현재 예상 기간의 두 배도 더 걸릴 수 있다. 만약 내년 선거에서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수도 이전 자체는 계속 할 듯하다. 다만 속도조절과 자원의 배분에 있어서는 달라질 수도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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