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엑소더스…작년 77조 해외유출

김정환 기자(flame@mk.co.kr) 2023. 3. 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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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칩스법 지각처리 했지만
투자유출 사상최대 '비상'
美 등 공격적 현금 지원
韓기업 뭉칫돈 빨아들여
"노동·세제개혁 발등의 불"
우여곡절 끝에…국회 문턱 넘은 'K칩스법'

◆ 기업투자 엑소더스 ◆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이 재석 231명 중 179명 찬성으로 통과됐다. 관련법이 최초 발의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시설투자액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확대된다. 한주형 기자

국회가 30일 반도체·2차전지 등 6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대해 대기업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높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작년 말 세액공제율을 찔끔 올려 처리했다가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법안을 다시 올리는 혼선을 겪은 탓에 3개월이 더 소요됐다.

게다가 세액공제만 늘려주는 방식으로는 세계 주요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투자유치 경쟁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여전하다. 외국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에도 한국이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우려다. 관련기사 A3면

강성 노조에다 근로시간 개편이 지연되는 등 노동 경직성이 여전히 큰 데다 최근 미국이 공격적으로 한국 기업의 투자금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생산과 연구개발 지원금으로 5년간 527억달러(69조원)를 직접 지원한다.

매일경제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들의 투자액 순유출입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은 591억3400만달러(76조90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자금 순유출액은 내국인 해외직접투자(ODI)에서 외국인 국내직접투자(FDI)를 뺀 값이다.

지난해 FDI 금액은 180억3300만달러로 2021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지만, 국내 기업의 ODI가 이를 압도하며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ODI 금액은 771억6700만달러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0년 이후 최대였다. 특히 미국에 투자한 돈이 277억7000만달러로 전체 ODI의 35.9%를 차지했다. 유럽(19.9%) 중국(8.5%) 싱가포르(3.9%) 등이 뒤를 이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미국, 일본이 적극적으로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기업 자금이 자꾸 빠져나가며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실리콘밸리 등 해외 클러스터와 직접 경쟁한다는 시각으로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K칩스법 통과로 전략산업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높아졌지만 기업이 꼭 내야 하는 최소 세율인 최저한세율(최대 17%·대기업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투자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팀장은 "주요국과 경쟁할 수 있는 세제 환경을 구축하고 노동개혁에 더 속도를 붙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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