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주주 달래기…자사주 매입후 SK온 주식 배분

강민우 기자(binu@mk.co.kr) 2023. 3. 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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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주주환원 강화 방안
시가총액 10% 공개매수 후
현금대신 SK온 주식 주기로
오는 2026년께 실행 전망
내년부터 주당 2천원 배당
주가 하루동안 14% 급등

SK이노베이션이 자사주를 공개매수한 후 이에 응한 주주들에게 현금이 아닌 SK온 주식을 나눠주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2차전지 사업을 SK온으로 물적분할한 이후 거세게 반발해왔던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행보다. 아울러 향후 SK온 기업공개(IPO)를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공개매수 시점과 SK이노베이션·SK온의 기업가치 등이 공개매수 흥행을 결정할 변수로 꼽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3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장기 주주환원 방향성'을 발표하고 자회사인 SK온의 IPO에 따른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시가총액의 약 10%를 공개매수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취득한 주식은 소각하고 주주에게는 SK온 주식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SK온 IPO에 앞서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주식 취득 기회를 먼저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에는 향후 SK온 IPO 시 구주 매출로 마련한 재원을 특별 배당에 활용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공개매수 방식인 모·자주식 교환은 국내에서는 생소한 사례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에 모·자주식 교환이 포함됐는데, SK이노베이션이 이를 참고해 이번 방안을 내놓았다.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에 시장도 반응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8% 상승한 18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온은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된 배터리 부문 자회사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 95.2%(4억3636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7%(2181만주)는 기관투자자들이 전환우선주(RCPS)로 보유하고 있다. SK온의 자금 확보가 이어지고 있어 지분 구성은 계속해서 달라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주주환원 정책은 SK온의 IPO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쪼개기 상장'에 따른 모회사의 가치 하락이 사회적 공분을 사면서 주주들을 달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한국거래소는 물적분할 후 5년 내 상장되는 자회사에 대해 모회사의 일반 주주 권익보호 여부를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미흡할 때는 상장이 제한되는 만큼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대대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시장의 관심은 공개매수 절차에 모인다. 공개매수 시기가 미정인 데다 주식 교환 시 적용될 SK온 기업가치도 아직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우선 SK온의 IPO 일정이 관건이다. 회사는 SK온의 IPO가 임박해서 공개매수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투자유치 과정에서 회사가 약속한 IPO 시점은 2026년 말이다. 회사 측은 아무리 일러도 2025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공개매수도 그에 맞춰 진행될 전망이다.

향후 SK온의 기업가치도 공개매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K온이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에서 인정받은 가치는 주당 5만5000원이다. 당시 기업가치로 22조원이 적용됐다. 지난해 말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책정된 가치다.

SK온의 IPO까지 최대 3년가량이 남은 만큼 적정 가치가 어느 수준인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이익 실현 기회를 보장하려면 상장 후 SK온의 주가가 최소 5만5000원은 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공개매수 시 SK온의 가치가 높게 책정되는 것이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는 불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개매수 시 SK온의 가치와 상장 후 주가의 차이가 클수록 기존 주주들의 차익실현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가치에 따라 주식교환 조건이 달라지는 만큼 향후 SK이노베이션 주가도 공개매수 흥행 여부를 결정할 변수로 거론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온 주식을 IPO 시 주가보다 어느 정도 싼 가격에 획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배당 정책 기준은 배당 성향에서 주당 배당금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투자 재원 부담 증가로 2024~2025사업연도엔 최소 주당 2000원 수준에서 현금 배당이 지급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당 정책에 따라 2021~2023년 배당성향 30%를 유지하고 있다.

SK온의 수익성 강화도 강조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수익성 개선 핵심 과제를 적극 추진해 흑자전환 달성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2024년 연간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된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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