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궁금해] 공매도 연내 재개? 개미들 "증시에 찬물 끼얹나" 반발

조슬기 기자 2023. 3. 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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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지수 편입 등을 위해서 공매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2023년 3월 17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
 
[ 사진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금융시장 불안이 몇 달 내 해소된다면 되도록 연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2023년 3월 29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

금융 관료들의 잇단 공매도 재개 발언… 블룸버그 릴레이 인터뷰
최근 개인 투자자들에게 달갑지 않은 공매도 재개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증권 거래소 수장과 금융당국 수장의 입에서 공매도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이 나와선데요. 이들이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공통적으로 언급한 단어가 있는데,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을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입니다. 공매도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환경이 외국인들의 국내주식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뜻인데요. 윤석열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볼 때 지금의 공매도 규제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공매도 금지 해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금융당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자본시장 규제완화 방안 중 하나입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가 우려되자 2020년 3월 16일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습니다. 이듬해인 2021년 5월 3일부터는 코스피 200과 코스닥 150 종목에 한 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는데요. 이후 현재까지 2천개 넘는 종목에 공매도 금지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규제를 완전히 풀어달라는 게 외국인 투자자들의 요구인 셈인데요. MSCI 측에서도 공매도 규제 완화를 선진국지수 편입의 조건으로 내걸며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투박한 방법"이라며 재개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밀린 숙제(?)를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을 굳힌 걸까요? 지금까지 돌아가는 분위기만 보면 시기의 문제일 뿐 공매도 금지 해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공매도 전면 재개가 글로벌 정합성에 맞는다는 게 금융 수장들의 기본적인 입장이기 때문인데요. 글로벌 투자자들이 즐겨 보는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공매도 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직접 밝힌 만큼, 이제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증시가 안정되는 시점부터는 공매도가 전면 재개될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투자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말은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되더라도 개미들 입장에서는 주식 투자 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을 것임을 의미합니다. 

공매도 전면 재개 움직임 불편한 개미들… 총선 1년 앞둔 시점 눈길  
정부의 공매도 재개 움직임에 개미들의 볼멘소리도 다시 커지는 모습인데요. 공매도는 아시다시피 주식 가격 하락이 예상될 때 다른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서 갚아 차익을 챙기는 매매 방식입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데 익숙한 개미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외국인이나 기관들의 투자 방식인데요. 공매도가 개미들의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주된 이유입니다. 바로 이러한 투자 패턴 때문일까요?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매도 물량이 쏟아지도록 만들어 주가가 적정 가격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나름의 순기능이 있다고 아무리 외쳐봐도 개미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개미들이 공매도를 반기지 않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과 비교해 투자 접근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인데요. 공매도를 하려면 국민연금 등의 기관에서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개인이 기관에서 주식을 빌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공매도 접근 문턱도 개미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높은데요. 현재 개인이 공매도를 하려면 증권사로부터 최대 90일까지만 주식을 빌릴 수 있고, 빌릴 때 담보 비율은 120%입니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담보 비율은 140%로 더 높았습니다. 반면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은 대차 기한이 없습니다. 담보 비율도 105%로 개인들보다 낮습니다. 공매도만 놓고 보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죠. 현재 공매도 환경이 개인보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기 때문에, 이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평평하게 만들고 나서 규제 완화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게 개미들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다만, 공매도 재개 언급이 나온 시점이 공교로운데요. 정확히 총선을 약 1년 정도 남겨놓은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내 전면 해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가뜩이나 공매도 세력에 취약한 개미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겠죠. 제아무리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고 금융시장 정상화를 위해 공매도를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 정서(?)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여의도에서 촉발된 공매도 재개 움직임 관련 소식이 여의대로를 지나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로 빠르게 흘러들어 가면서 정치권도 표심과 직결되는 이번 사안을 두고 주판알을 빠르게 튕기고 있는데요. 물론 공매도 금지 해제 여부는 국회 입법 사항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금융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보조를 맞추지 않고 추진할 경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이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과연 금융 관료들은 개미들의 거센 반발 등을 이겨내고 임기 내 공매도 전면 재개에 나설 수 있을까요? 이번에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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