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드라마 봤다고 청소년 공개처형 … 끔찍한 北인권 민낯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3. 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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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北인권보고서 첫 발간
김일성 사진 손가락질한 임신부
한국 화장품 몰래 판 상인 처형
탈옥수 총살후 시신에 '돌팔매'
정치범 수용소 5곳 운영중
국군포로 자녀는 차별대우

북한 내부에서 공권력에 의한 살인과 공개 처형 등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국가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공개 보고서가 30일 나왔다.

이날 통일부는 2017년 이후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북한이탈주민 508명의 진술을 토대로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펴냈다. 이는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정부가 발간한 첫 공개 보고서다.

보고서에는 북·중 국경지역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즉결 처형 사례가 담겼다. 2020년 이후에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 봉쇄 지역에 출입할 경우 사전 경고 없이 발견 즉시 사살한다'는 지침이 내려진 이후 실제로 사살된 사례도 있었다.

통일부는 보고서에서 "(북한에서는) 마약 범죄나 한국 영상물 유포, 종교나 미신 행위 등 사형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사형이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함흥교화소(교도소)에서는 도망치다가 붙잡힌 수형자가 잇따라 총살됐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나왔다. 통일부는 보고서를 통해 탈옥을 시도했다가 적발된 수감자를 총살한 뒤 동료 수형자들이 시신에 돌을 던지게 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양 인근의 평안남도 평성시에서는 2018년에 성경을 소지하고 기독교를 전파한 행위로 사형을 선고받은 뒤 곧바로 공개 총살되는 장면이 목격됐다. 같은 해 양강도에서는 하이힐이나 화장품 등 한국산 제품을 북한으로 몰래 들여와 팔다가 붙잡힌 사람들이 공개 처형됐다. 2017년에는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 여성 7명이 조직적인 성매매를 한 이유로 총살되는 사례도 있었다.

보고서에는 한국 영상물을 돌려 보고 아편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북측 강원도 원산시의 청소년 6명이 재판 즉시 총살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임신 6개월이었던 여성이 손가락으로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를 가리켰다가 문제가 불거져 처형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보고서는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와 국군포로, 납북자와 이산가족 등의 경우 더욱 심한 감시와 통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총 11곳이며, 현재 5곳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수용자들은 △말반동(부적절한 언행) △김일성·김정일 권위 훼손 △간첩행위 △종교활동 △탈북 적발 △한국과의 전화 통화 등이 적발돼 수용소로 끌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함경북도 무산군과 함경남도 단천시에 수십 명의 국군포로가 거주하고 있다는 진술도 있었다.

통일부는 보고서에서 "북한은 국군포로를 '43호' 대상으로 따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은 물론 직계가족까지도 감시하고 있었으며 자녀의 대학 진학, 직장 배치와 승진, 입당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듬해인 2017년부터 매년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말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통일부는 우리 국민과 주변국들이 북한 주민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을 이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이번 보고서 발간은 정부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보고서가 북한 인권 분야의 공신력 있는 기초 자료로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하고 영문판 발간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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