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의대 블랙홀' 시대에 야성적 충동
로켓에 매진한 이노스페이스
韓 민간 첫 발사체 쏘아올려
역동성 떨어진 한국경제에
도전정신 불어넣는 계기되길
한국항공대 기계설계학(학사)·항공우주 및 기계공학(석·박사),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박사 후 연구원, 한화 방산 부문 연구원.
한국 민간기업 최초로 시험발사체 '한빛-TLV'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린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 창업자 김수종 대표의 주요 이력이다. 한마디로 로켓 연구에 인생을 건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 불모지' 한국에서 민간의 힘으로 로켓 개발에 나선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일론 머스크의 성공 사례를 지켜보며 이노스페이스를 '한국의 스페이스X'로 키우겠다는 꿈을 갖고 2017년 창업했다. 발사체 이름 '한빛'은 '한국의 빛이 되자'라는 뜻을 담았을 정도로, 김 대표의 목표의식은 뚜렷했다.
그리고 오랜 준비 끝에 '큰일'을 냈다. 이노스페이스가 독자 개발한 하이브리드 엔진 검증용 시험 발사체 '한빛-TLV'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현지시간 19일 오후 2시 52분에 발사돼 106초간 엔진이 연소한 뒤, 4분33초 동안 정상 비행 후 브라질 해상 안전 설정 구역 내에 정상 낙하했다. 한국에서도 민간기업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본격 진입하게 됐다는 신호였다.
김 대표는 "악전고투 끝에 성공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앞으로 실제 위성 운송에 사용할 후속 모델 제작에 박차를 가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위성 발사 시장에 도전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번 성공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 글로벌 빅테크들의 대규모 감원 등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성공이 한국 사회에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을 깨웠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저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설파한 '야성적 충동'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합리적 계산보다는 직관에 따른 과감한 투자가 기업의 성장과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끈다는 개념이다. 이는 한국 경제 성장사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한다. 한국이 전쟁 폐허에서 주요 20개국(G20) 국가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삼성, 현대 등 창업주들의 '야성적 충동'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세계가 비웃었지만 이들은 글로벌 반도체, 자동차 산업을 일궈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야성적 충동'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요즘 대학 입시 서열 최상위에는 의대가 있다. 의대만 갈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대입 시험을 보겠다는 N수생들이 넘쳐난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보다는 실직 위험 없이 고액 연봉을 오랫동안 보장받고 싶은 심리가 팽배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 직업 그 자체와 이에 도전하려는 수험생들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의 의대 편향 현상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이공계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무색하게 하고, 국가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7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기존 1.8%에서 1.6%로 낮췄다. 한국이 평균을 깎아먹는 신세로 전락한 데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않으려는 사회 풍토도 상당 부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노스페이스의 성공 사례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꿈을 꾸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기 마련이다. 이노스페이스의 도전을 응원한다.
[장용승 디지털테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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