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KT댐'을 무너뜨린 작은 구멍
건실해 보였던 댐이 무너지는 데는 석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새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붕괴 상태에 빠진 KT 지배구조에 대한 얘기다. 지난해 12월 KT 이사회는 연임을 원하는 구현모 당시 대표의 적격성을 우선 심사해 단독 대표 후보로 선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3년 전 이사회가 대표 후보자를 뽑기 위해 공개 경쟁 절차에 돌입했던 것과 달리 현직 대표에게 우선권을 준 명백한 특혜였다.
절차의 불공정성이라는 이 작은 구멍이 불씨가 돼 석 달 새 현직 대표의 조기 사임, 뒤늦게 공개 경쟁 절차로 뽑은 새 후보자와 사외이사들의 줄사퇴라는 지배구조 붕괴로 귀결됐다. 작년 말 현직 대표의 연임 의사에 사외이사들이 공정 경쟁 원칙을 앞세워 '노(No)'를 선택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KT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KT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는 늘 도마에 올랐다. KT클라우드 분사 결정 등에 대해 소신 있게 반대를 외쳤던 사외이사들은 연임되지 못하고 교체됐다.
KT가 선임 배경으로 '대외협력 전문가'라는 독특한 타이틀을 부여하는 사외이사들도 문제다. 이들은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들로, 작금의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전문성과 동떨어져 있다. 이는 KT가 본연의 능력보다는 보은성으로 친정권 인사를 사외이사 자리에 앉혀 왔다는 비판을 초래한 지점이기도 하다. 심지어 차기 대표 후보를 확정하는 중요한 이사회 의결을 하루 앞두고 역할을 포기한 사외이사 사례도 있었다. 지배구조를 둘러싼 외부 비판이 커지자 중도 사임한 것이다. 전문성은 고사하고 책임성 측면에서도 KT 이사회는 낙제점이었다.
KT는 오늘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허약했던 지배구조를 읍참마속하고 새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능력 있는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수혈하고 새 대표 후보자 선발과 관련해 강력한 투명성 원칙을 세워 주주들에게 천명해야 한다. 이는 매 정부에서 반복된 '낙하산 인사' 압력과 절연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이재철 디지털테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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