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랜저 샀는데 왜 페라리 찾나”… JB금융 주총, 주가 저평가 놓고 날 선 공방
6시간 이어지며 행동주의펀드와 대립
배당성향 인상·사외이사 선임 등 얼라인 완패
김기홍 회장 “주가 저평가 지적 이해 안 가”
얼라인 대표 “주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30일 J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이날 주총에선 김기홍 JB금융 회장과 이창환 얼라인 대표를 비롯한 주주들의 설전이 주요 안건 표결에 앞서 1시간 30여분 동안 이어지면서 간극을 보여줬다. 얼라인은 JB금융에 배당 성향 인상,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한 바 있다.
이날 오전 11시 53분쯤 전북 전주시 JB금융 본사 3층 대강당에서 열린 JB금융 주총은 4시간이 지난 오후 4시 10분쯤에야 끝이 났다. 주총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시작 예정이었으나, 사전 표결이 늦어지면서 개회가 1시간 23분쯤 지연됐다. 본래 시작 예정 시간을 고려하면 주총이 6시간가량 이어진 것이다.
이날 주총에선 얼라인이 제안한 모든 안건이 부결됐다. JB금융은 배당을 주당 715원으로 제시했지만, 얼라인은 이 금액이 턱없이 적다며 주당 900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의결권수 대비 76.74%, 발행주식 총수 대비 73.10%가 JB금융 이사회의 손을 들어주면서 얼라인의 주주제안은 부결됐다. 얼라인의 JB금융 지분이 14.04%인 것을 고려하면 OK저축은행(10.99%), 국민연금(8.45%) 등 주요 주주들이 JB금융 이사회의 현금배당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얼라인은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얼라인은 뱅크오브아메리카 서울지점 대표와 호주뉴질랜드(ANZ)은행 한국 대표 등 외국계 금융사 출신의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줄 것을 제안했지만, 의결권수 대비 37.62%, 발행주식 총수 대비 35.84%의 찬성률을 받아 부결됐다.
JB금융과 얼라인의 균열은 주총 시작 전부터 엿볼 수 있었다. 주총장 입구엔 JB금융노동조합협의회(노조) 조합원들이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회사미래 갉아먹는 파렴치한 얼라인파트너스’, ‘지역상생 저해하는 주주제안 철회하라’ 등이 적혀 있는 피켓을 들고 나란히 서 있었다. JB금융 자회사인 광주은행, 전북은행, JB우리캐피탈 노동조합이 속해 있는 JB노조는 이번 얼라인 제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주총장 안엔 200명에 가까운 주주가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한 주주가 개회가 늦어지자 “여기(JB금융) 만들어질 때부터 주주였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다. 행장이라도 나와서 지연된다고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자 JB금융 직원이 “오전 일찍부터 개표했으나, 얼라인 측에서 잘못됐다고 다시 계산해달라고 해서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뒤늦게 주총이 시작됐지만, 얼라인이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900원을 제안한 내용이 담긴 제1호 의안 통과부터 쉽지 않았다. 김 회장이 안건을 상정한 직후 이 대표를 대표로 한 주주들과 설전이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다른 주요 안건이 상정될 때마다 이들은 대립되는 의견을 교환했다.
이 대표는 “얼라인이 저평가 해소 캠페인을 벌여온 7개 금융지주 중에 JB금융만 유일하게 주주와 맞서 싸우는 선택을 해 주총에서 표 대결까지 벌이게 된 것에 대해 이 자리에 계신 JB금융 이사회 구성원들과 경영진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JB금융 이사회는 이번에 얼마나 많은 주주가 얼라인의 배당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행사했는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얼라인이 앞서 한 주주제안과 관련해 제시한 다양한 근거들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했다. 김 회장은 “JB금융 주주환원율은 27%로 동종 업계 대비 최고 수준으로, 기존 배당 정책을 충실히 준수한 결과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방금융지주 회사인 DGB금융지주, BNK금융지주보다 1.5배 이상 높다”며 “최근 4년 동안 주가상승률도 JB금융지주가 47%로 독보적 1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JB금융은 자산 규모가 10배 큰 하나금융과 PBR이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왜 이부분엔 주목하지 않고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지적만 하는지) 안타까운 심정이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 김 회장은 “얼라인을 비롯한 주주들은 글로벌 금융기관 주가로 주식을 사서 주주가 된 게 아니라 현재의 낮은 주가로 주식을 사서 주주가 된 것”이라며 “은행업은 대표적인 내수 산업으로 같은 지역·유사 고객 대상으로 영업하는 국내 금융사들과 비교해야 하는데, 글로벌 금융사와 비교하는 건 그랜저 승용차를 샀는데 왜 내 차는 페라리나 BMW와 같지 않냐고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도 김 회장이 설명한 부분에 재반박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주식은 얼마에 사든 기업의 본질 가치를 추구하면서 투자하는 것”이라며 이 발언이 부적절하다 꼬집었다. 이어 “회사 경영진보다 실제 본인 돈 넣고 책임지는 투자자들도 (주가) 고민 많이 하고 있고 바보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낮은 주가에 들어와서 낮은 주가를 견디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주주를 그런 식으로 대한다면 대표이사로서의 자격을 상실하는 것”이라며 해명했다.
얼라인 측은 앞으로도 다양한 주주권 행사를 포함한 주주가치 제고 활동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얼라인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장기 캠페인의 한 과정이다”이라며 “JB금융 이사회가 합리적인 자본배치 및 주주환원 정책을 도입해 현재의 극심한 저평가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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