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기도 전에 추락?... 챗GPT에 밀린 메타버스, 구조조정 도마위

메타버스로 들어가는 첫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사이트. 사우디아라비아의 리히얀무덤을 모델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때 정보통신(IT)업계를 넘어 전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온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의 입지가 급격하게 좁아지고 있다.

이용자 부진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차기 IT패권의 격전지가 되리란 예상이 2년도 안 돼 사라졌다.

메타버스가 경기 침체와 맞물리며, 메타버스를 차기 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주요 기업에서조차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보도했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는 밥 체이펙 전 최고경영자(CEO) 체제하에서 출범한 지 불과 1년 밖에 안된 메타버스 전략 부서를 해체했다. 약 50명에 이르는 메타버스 관련 팀원은 전원 향후 2개월간 7000명 정도로 예상되는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가상 현실 작업 공간 프로젝트인 알트스페이스VR(AltspaceVR) 서비스를 중단했다. 알트스페이스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아바타로 대화와 게임을 하고 파티를 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SNS) 앱이다. MS는 가상현실 시장 선점을 목표로 지난 2017년 10월 이 업체를 인수했었다.

메타버스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사명까지 메타버스를 반영했던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도 결국 메타버스를 구조조정 도마 위에 올렸다. 메타는 지난해 11월 1만1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추가로 1만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지난 14일 밝혔는데, 해고 대상에는 메타버스 엔지니어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AI)은 28번 말했지만, 메타버스는 7번밖에 언급하지 않았다고 WSJ은 분석했다.

이용자들이 아바타로 어울릴 수 있는 가상 세계의 부동산 가격도 폭락했다. 메타버스에서 토지 매매를 추적하는 사이트 위메타(WeMeta)에 따르면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의 토지 시세는 1년 전보다 약 90% 하락했다. 메타의 자체 가상현실(VR) 세계인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s)의 월간 이용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0만명에 채 미치지 않아, 목표치 50만 명에 크게 미달했다.

리서치 회사 서드 브릿지 그룹의 테크 부문 애널리스트인 스콧 케슬러는 “기업이 직원 수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면 이런 종류(메타버스)의 범주가 꽤 쉬운 목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관련 책 저자이자 투자가인 매튜 볼은 “많은 사람이 깨닫고 있는 것은 이런 변화(메타버스)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라면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거품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진전이 없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변화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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