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창직] “동물과 사람은 다르지 않아요” 심용주 ‘우주라컴퍼니’ 대표

한겨레 2023. 3. 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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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한 펫테크 기업 ‘우주라컴퍼니’
· AIoT 기술 활용으로 동물의 단위행동 분석, 아픈 부분을 미리 알아챌 수 있어

사랑스러운 나의 반려동물에게 딱 한 마디 말을 가르칠 수 있다면? 저마다 여러 대답을 떠올리겠지만, 그중에서도 ‘나 아파’라는 말을 가르칠 것이라는 답변에 많은 이가 공감했다. 아픈 것을 티 내지 않는 것은 동물의 본능이자 습성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반려인은 반려동물의 병을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우주라컴퍼니’는 이러한 보호자의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반려동물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한 펫테크(Pet-tech.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반려동물 관련 제품과 서비스) 스타트업 기업이다. 동물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들의 아픈 부분을 대변하는 ‘동물의 통역사’가 되고픈 우주라컴퍼니의 심용주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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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행동을 통역해 ‘질병의 싹’을 발견하는 일

Q. ‘우주라컴퍼니’는 2018년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인데요, 대표님의 이력이 조금 신기했어요. 창업 전, 신한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에서 금융과 보험 커리어를 쌓으셨더라고요. 서울대와 브라질 상파울루경영학교에서 경제학 및 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거쳤고요. 그런데 커리어를 바꿔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어요. 안 길러본 동물이 없을 정도였고 지금도 기르고 있죠. 그런데 동물과 함께하며 가장 답답함을 느낄 때가 그들이 아픈 것을 모를 때였어요. 분명히 큰 문제없이 잘 지내던 아이가 다음 날 무지개다리를 건넜더라, 별문제 없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심각한 병이더라…. 이럴 때 보호자들은 자괴감과 죄책감, 미안함을 가장 크게 느끼게 되죠.

그런데 동물은 아프다고 직접 말하지 못할 뿐, 여러 행동으로 계속 ‘나 아파요’라고 표현하고 있을 거예요. 사람이 그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거고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동물의 마음을 이해하는 기술이었습니다. 이 기술이 있다면 사람과 동물이 더 오래 사랑하고 공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동안 늘 관심을 갖고 공부해온 동물행동의학에 기반해 동물의 행동을 사람의 언어로 통역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보고자 했고요.

Q. 그게 바로 우주라컴퍼니 기술의 뿌리가 되는 ‘단위행동’이군요.

맞아요. 단위행동은 동물의 언어와도 같아요. 사람의 단위행동은 수백 가지가 넘지만 동물은 수십 가지의 단위행동을 합니다. 고양이를 예로 들면 40가지 정도 되는데요, 걷기, 뛰기, 위로 점프하기, 웅크리기, 몸 긁기, 핥기, 먹기 등이죠. 개는 짖기와 물어뜯기, 땅 파기 등도 있고요. 단위행동의 패턴, 변화, 강도와 빈도를 분석하면 이 동물이 평상시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워치를 차면 내 수면 패턴이 어떤지, 운동을 통해 몇 칼로리를 소모했는지, 심박수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잖아요. 그럼 동물에게도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 안경과 시계, 의복 등 착용하는 형태로 만들어져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 전자기기)를 착용시키면 되지 않겠어요? 그게 우리가 만든 ‘캣모스’예요.

Q. 캣모스를 동물의 목에 걸어두기만 해도 단위행동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거네요. 그러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요?

AIoT(Artificial Intelligence of Things.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더한 용어로 사물지능융합기술)를 활용해야 합니다. 행동을 인식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미지를 이용하는 방법과 가속도 센서로 움직임을 감지하는 방법이죠. 캣모스는 집 안팎 곳곳을 헤집고 다니는 개, 고양이의 행동을 감지하기 위해 가속도 센서를 이용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모은 데이터는 인공지능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게 됩니다. ‘이상치 탐지’ 기술로 표본과 비교해서 정상 범주를 크게 벗어나는 데이터가 나타나면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거예요. 평소와 다른 행동이 곧 반려동물이 겪을 질병의 신호탄일 수 있으니까요.

반려동물의 목에 웨어러블 기기인 ‘캣모스’를 착용시키면 블루투스로 연동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반려동물의 활동량을 모니터링한 리포트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소모한 칼로리와 이동 거리, 휴식·수면 시간 등을 알 수 있으며, 활동량에 큰 변화가 있을 때는 알림을 주어 병원에 방문하거나 상태를 살펴볼 수 있도록 제안한다. 사진 제공 우주라컴퍼니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이 다르지 않음을 유념해야

Q. 캣모스의 역할은 반려동물의 행동을 24시간 지켜보고 기록해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면 보호자에게 알려줌으로써 질병을 조기에 예측하는 거잖아요. 보호자들의 반응이 뜨거울 거 같아요.

재작년 ‘와디즈’ 펀딩을 통해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캣모스를 선보였는데, 밤에 잠을 못 잘 정도였어요. 계속 구매 알림이 와서요.(웃음) 2주가 좀 넘는 기간 동안 1200여 개를 판매했어요. 초기에는 안드로이드 버전으로만 만들었는데 아이폰을 사용 중이던 한 고객이 ‘갤럭시 휴대폰을 사서라도 써보겠다’는 댓글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Q. 국내 첫 출시였기 때문에 아직 검증되지 않았던 회사의 제품인데도 기꺼이 지갑을 연 사람들이 많았단 이야기군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필요로 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셨네요.

그렇죠. 현재는 반려동물의 행동 중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가려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상 여부를 넘어서서 당뇨병이나 퇴행성관절염과 같은 특정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까지 기술을 개발하려고 해요. 그러려면 반려동물의 정확한 의학적 진단 데이터가 필요하고요. 여기서 연결한 사업이 반려동물 보험이에요. 지금은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해외 펫 보험 전문 기업의 보험 상품을 중간에서 판매하며 진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요. 펫 보험에 가입하고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질병을 조기에 예측한다면 치료비 부담도 낮아지니 보호자와 반려동물, 보험회사 모두에게 좋은 거죠.

Q. 반려동물을 이용해 돈을 버는 걸 불쾌해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펫테크 기업을 향한 날 선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기업은 ‘순수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길 위의 동물을 거두고 유기동물을 분양하며, 더 많은 이들이 반려문화에 대해 기본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동물공감센터’를 열 계획이에요. 동물 복지를 위한 움직임을 대중이 받아들인다면 펫테크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점차 사라질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후원금으로 유지되는 다른 센터와는 달라요. 유기동물을 분양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용품을 센터에서 판매하거든요. 동물행동학에 대한 강연을 열고,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펫 보험에 대해서도 알려, 그 수익으로 센터가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들 거예요. 센터의 자립으로 유기동물에게 내는 후원금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난민이나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에게 후원금이 돌아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겠죠.

우주라컴퍼니는 지난 1월 열린 ‘2023 인터내셔널 CES’에 참가해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 제공 우주라컴퍼니

Q. 2027년에는 반려동물 시장이 약 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거라고 해요. 대표님처럼 반려동물 산업과 관련한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남겨주세요.

사람이 외롭고 슬프고 화가 나고 또 고통스럽듯 동물도 마찬가지예요. ‘개가 먹는 간식이니 재료는 대충 써도 돼, 고양이가 쓰는 장난감이니 중금속 정도는 검출돼도 괜찮아.’ 만약 이런 마음가짐으로 반려동물 대상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은 반드시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마음에 분명히 새기고 창업한다면 ‘펫테크계의 스티브 잡스’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바림, 우주라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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