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미래를 미리 보다, 환경영향평가사

한겨레 2023. 3. 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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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이 더 이상 지구를 뜨겁게 만들지 않도록, 지구 환경에 미칠 영향을 미리 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현실로 만드는 직업이 있다. 우리 주위 모든 환경을 ‘매의 눈’으로 관찰해 더 푸른 미래를 예측하는 가온머리(일의 전체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 환경영향평가사다.
사진 바림

개발에 앞서 환경보전 방안을 설정하고 대안을 만들다

한 번 훼손된 자연 생태계와 환경을 원래의 상태로 복구하는 데는 전 지구적인 노력과 막대한 자금이 든다. 하지만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한 도시 개발과 산업 단지 조성, 에너지 시설과 항만 등을 만드는 일에서 모두가 완전히 손을 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주먹구구식 개발이 아닌, 개발에 앞서 친환경적인 방법을 고려한다면 어떨까? ‘환경영향평가’란 말 그대로 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계획이나 사업을 하기 전, 이 개발이 주위 환경에 미치게 될 영향을 예측하고 평가해서 환경에 해로운 영향은 낮추고 이로운 영향은 높이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사는 이러한 영향 평가의 전 과정을 지켜보고 환경보전에 필요한 대응책을 세우는 직업으로, 수질, 대기, 소음·진동, 자연환경, 토양환경, 폐기물, 해양 등 7개 분야의 환경영향평가기술자를 총괄 관리한다.

개발을 하는 사람도, 마을에 사는 사람도 모두 만족시킬 것!

환경영향평가사 업무의 첫걸음은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여는 것이다. 해당 사업에서 어떤 부분의 환경 요인을 평가할지 그 항목과 범위를 정해 평가서 초안을 작성하고,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열어 개발이 진행될 지역의 주민과 관련 기관의 의견을 모은다.

이들의 의견을 모아 조율할 부분을 찾은 뒤에는 자연생태환경, 대기환경, 수(水)환경, 토지환경, 생활환경, 사회경제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세부평가 항목을 구분해서 평가서 본안을 작성한다. 만약 도로를 건설할 계획이라면 공사에 사용되는 중장비로 인한 대기오염, 도로가 개통된 뒤 오가는 차량에 의한 온실가스와 소음, 진동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 환경영향평가사는 이러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개발을 담당하는 시공사, 사업주 등에게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설계의 수정과 협의사항 등을 요청한다. 협의가 끝나고 실제로 공사가 시작되면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통해 환경영향평가에서 마련한 방안이 적절했는지 모니터링하고 지속적으로 환경의 질과 동식물의 생태 등을 지켜보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꼼꼼한 문헌조사와 발로 뛰는 현장조사를 함께해야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때는 환경부가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 등을 참고해 평가 대상 지역과 주변의 개괄적인 지역·환경적 특성, 환경과 관련된 문제점을 파악하는 ‘개황조사’와 ‘평가항목의 현황조사’를 함께 한다. 특히 동식물의 경우 지역 생태계의 생물다양성, 법정보호종과 생태계교란 생물 등 주요 종의 분포 현황을 문헌으로 조사한 뒤, 현지에 직접 찾아가 식물을 관찰하고, 포유류, 조류, 양서류의 흔적을 따라가거나 직접 포획해 이들의 행동반경과 서식 범위 등을 관찰한다.

■ 환경영향평가사에게 듣는 직업 이야기

(사)한국환경영향평가사회 홍보위원장 홍준기(동성엔지니어링 상무이사), 홍보위원 박종일(혜인E&C 전무이사). 사진 바림

“나날이 중요해지는 환경 이슈, 환경영향평가사가 그 갈등을 보듬는 직업이 될 것”

(사)한국환경영향평가사회 홍보위원장 홍준기(동성엔지니어링 상무이사), 홍보위원 박종일(혜인E&C 전무이사)

Q. 환경영향평가사에게는 개발을 담당한 시공사와 주민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업무라고 들었어요.

박종일(이하 박)_ 개발공사를 할 때 사업자는 작은 땅에서도 가장 큰 이익을 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은 소중한 동네 환경이 오염될 것이 걱정돼 공사를 꺼리곤 하죠. 예를 들어 해상풍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을 통해 우리는 청정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근처 바다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에요. 환경영향평가사는 이렇게 대립하는 둘의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합니다.

Q. 사업성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기억에 남는 업무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홍준기(이하 홍)_ 도로나 철도를 건설할 때는 동물의 이동 경로, 철새 이동이 예상되는 지점을 조사하게 돼요. 안타깝게 죽는 생명을 줄이기 위해 로드킬을 방지할 동물 이동 통로나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을 내서 실제 설계에 반영되면 정말 보람되죠. 또, 초기에는 마을을 관통하도록 설계된 도로가 환경영향평가 이후 마을 뒤편에 터널을 두는 방식으로 계획이 수정된 적이 있어요. 마을 주민들이 소음과 대기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그 영향을 최소화했던 것도 기억에 남네요.

Q. 환경영향평가사로 일하며 갖게 된 특별한 ‘직업병’이 있다면요?

박_ 여행을 가서 바다와 산 같은 자연경관을 마주하면 경치를 즐기기보다 식생부터 관찰하게 돼요. 주위 사람들에게 법정보호종이나 생물에 대해 설명하다 핀잔을 듣기도 하죠.(웃음)

Q. 지난해부터 환경영향평가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법이 실시됐죠. 이 직업을 필요로 하는 곳이 더 많아지겠어요.

박_ 맞아요. 2014년에 제1회 국가전문자격시험을 통해 7명의 환경영향평가사가 배출돼 올해 1월까지 약 490명이 환경영향평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환경영향평가사’라는 직업명을 말하면 ‘영양사요?’라고 되묻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생소한 직업이었죠.(웃음) 이제는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기업에서 환경영향평가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고, 환경영향평가사를 고용한 업체에 가산점을 주고 있어요. 이 직업의 전망은 더 밝아질 거예요.

Q. 그럼 누구나 환경영향평가사에 도전할 수 있나요?

홍_ 환경과 관련한 학위나 기사 자격을 취득한 뒤 환경 분야에서 실무로 일을 한 경력이 있어야 시험 자격이 주어져요. 환경 관련 학과 대학 졸업자는 6년 이상의 실무 경력, 환경 관련 기사 자격이 있다면 4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죠. 환경영향평가사 필기시험은 총 4가지 과목을 치르는데요. 환경정책과 국토환경계획, 환경영향평가 제도, 환경영향평가 실무 등에서 전 과목 평균을 60점 이상 받으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이후 면접도 보고요. 환경영향평가 분야에서는 최고의 직업이라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길이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지키고자 하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직업이에요.

박_ 저는 제 아들에게도 환경영향평가사가 돼보라고 추천했어요. 이 일을 하면서 쌓는 경력과 인맥이 큰 경쟁력이 되거든요. 국가전문자격이기 때문에 정년 없이 일할 수도 있고요. 아들은 대학에서 전과를 해 환경영향평가사가 되는 데 필요한 공부를 하고 있답니다.

Q.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사명감, 환경 전문 실무 경력까지 고루 갖추려면 지금 당장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홍_ 기후위기에 관련한 책을 읽고 환경공학이나 CAD(컴퓨터 지원 설계), 대기 및 수질 모델링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청소년이라면 다양한 지역의 생태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환경의 소중함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자연경관이 빼어난 지역을 여행하며 그 아름다움을 눈에 담아보는 거죠. 멋진 추억도 쌓고, 자연환경을 지키고픈 마음도 무럭무럭 자라날 테니까요.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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