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정은 회장,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 배상하라”

전형민 기자(bromin@mk.co.kr) 2023. 3. 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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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주가 하락시 차액 정산’ 파생상품 손실 책임
대법원 “일부 계약 앞서 손실위험성 검토 안해”
법조계, 쉰들러 제기 ISD에 미칠 영향 우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스위스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쉰들러 그룹과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법조계는 쉰들러 측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1억9000만달러 규모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쉰들러 측은 지난 2018년 이번 소송건과 관련 ‘금융당국이 이를 묵인해 손해를 봤다’며 ISD를 제기한 상태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0일 쉰들러 측이 현 회장과 한상호(67)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한 전 대표는 배상액 가운데 190억원만큼의 책임을 현 회장과 공동으로 져야 한다.

재판부는 “현 회장 등은 계약 체결의 필요성이나 손실 위험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거나, 이를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서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소송은 지난 2014년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 그룹이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복수의 파생금융상품에 가입했는데, 현대상선의 주식을 매개로 주가가 오르면 현대엘리베이터와 계약 상대방 펀드들이 이익을 나눠 갖지만 주가가 내려가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쉰들러 측은 2014년 현대엘리베이터 감사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을 요청했으나 감사위가 답변하지 않자 주주 대표 소송을 냈다. 현대 측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현대상선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에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게 함으로써 거액의 손실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하급심에서는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쉰들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체결한 파생금융상품 계약이 현 회장의 정상적인 경영 행위라고 봤다. 반면 2심은 일부 파생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현 회장이 17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의 판단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제3자가 계열회사 주식을 취득하게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사는 소속 회사의 입장에서 여러 사항을 검토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계열회사 주가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파생상품 계약 규모나 내용을 적절하게 조정해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이나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쉰들러 측은 판결 직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이 판결에 따라 궁극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와 모든 주주의 이익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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