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재미없는 골프[곽해용의 행복골프]

김민규 기자 2023. 3. 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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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놀이가 되던 어린 시절을 지나 막상 어른이 되고 보면 누구와 만나더라도 처음에는 어색해서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언젠가 한 선배가 "가장 재미없는 골프가 무엇인 줄 아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혹 누군가는 게임 없는 골프도 재미없어한다.

혼자 하면 재미없는 것이 골프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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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곽보미 프로(오른쪽)와 함께 한 곽해용 칼럼니스트.


[스포츠서울]무엇이든 놀이가 되던 어린 시절을 지나 막상 어른이 되고 보면 누구와 만나더라도 처음에는 어색해서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그래서 어른들은 누구와 만나게 되면 창피함을 잊으려 술을 먼저 마시나 보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골프가 어렵지만 즐겁다고 한다. 골프는 낯선 이들과도 5시간 정도는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게 해주는 친화적인 어른들의 놀이다.

언젠가 한 선배가 “가장 재미없는 골프가 무엇인 줄 아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정답은 ‘혼자 하는 골프’였다. 외국에 살면서 캐디도 없이 나 홀로 라운드를 해봤더니 아무 재미도 못 느끼겠고 의욕도 생기지 않다는 이유였다. 혹 누군가는 게임 없는 골프도 재미없어한다. 물론 지나친 도박성 골프는 잘못된 것이지만, 얼마씩 적절한 비용을 갹출해서 캐디피와 식사비로 내는 게임은 흥미롭다. 어느 정도 경쟁을 유도하고, 일말의 긴장감도 유지해 주면서 동기부여가 돼 때론 점수도 향상케 해 준다. 그런 게임도 여럿이 함께 할 때 더 즐겁다.

미군 골프장에 가보면 혼자 카트를 끌면서 공치는 플레이어들도 더러 볼 수 있다. 혼자 해보는 모든 것에는 무릇 의미가 있다. 살면서 혼자 스스로 깨닫는 순간도 있어야 한다. 실상 골프가 탄생한 배경도 양들이 한가하게 풀 뜯어먹고 있을 때 푸르른 잔디밭에서 목동이 그 지루함을 달래고 즐기기 위해 만든 놀이다. 원래는 무인도의 로빈슨 크루소처럼 혼자 하는 게임이다. 홀로 큰소리치면서 해외 배낭여행을 떠났던 친구는 가끔 외로움을 호소한다. 함께 여행하자면서. 하여튼 혼자는 외롭다. 함께하는 삶은 더 즐겁고 외로움도 더 잊게 해 준다.

만일,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혼자 소행성에서 공을 친다면 어땠을까. 해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며 홀로 고독을 즐기는 게 취미지만, 그 역시 그다지 재미없어했을 것이다. ‘어린 왕자’ 책에 나오는 여우의 말을 빌려보자면 ‘친구를 만나기 훨씬 이전부터 기다림으로 인해 안절부절 행복해질 거’라고 했다. 혼자보다는 친구와 함께 할 때 인생의 즐거움은 훨씬 배가 된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처럼 실존은 ‘세계에 내던져진 불안한 존재’라 태생적으로 외롭고 그로 인해 집착하는 것일까. 우리 인간은 동시에 사회적 존재라 먹고살기 위해 바쁘다 보면 외로움조차 느낄 겨를이 없을 수도 있다. 노인이 되어서야 누구도 말동무되기를 피하는 외로움에 절어보면 구질구질 맨날 ‘외롭다’는 하소연만 입에 달고 살아간다. 다를 그렇게 늙어 간다.

혼자 하면 재미없는 것이 골프만은 아닐 것이다. 혼자 하는 공부, 혼식, 1인 개인 사업 등. 그러나 인생은 비록 재미는 없을지라도 당연히 해야 할 것이 많다. 때로는 그것들이 나의 희망이 되기도 한다. 골프 프로선수들은 오늘도 혼자서 그 재미없는 골프를 묵묵히 수행하듯 연습한다. 매 순간 비지땀을 흘린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을 실천하듯. 그런 그들이 대단하다. 하여튼, 나는 가끔 라운드 하는 골퍼지만, 재미없이 나 홀로 하지 않아도 되는 3명의 적절한 동반자들이 함께 있으니 참 고맙고 다행이다.

곽해용 칼럼니스트·곽보미 프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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