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주 브라이트중개법인 대표 "공인중개사 변해야 할 때"

정영희 기자 2023. 3. 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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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공인중개사 수강생 '2000명', 매물 '덕질'하는 중개사
최현주 '브라이트부동산중개법인' 중개파트 대표. 브라이트부동산중개법인은 상업용부동산 전문 중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사진=정영희 기자

누구나 직업이 있다.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해 돈을 벌고 생활을 꾸려 나간다. 이 중 일류는 일을 통해 행복까지 느끼는 사람이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20년 간 중개업무를 해왔지만 현장에 나가 고객과 소통할 때 생기가 충전된다는 '에너자이저' 공인중개사가 있다. 상업용부동산 전문 중개법인 '브라이트부동산중개법인'에서 중개파트를 담당하는 최현주 대표(사진)다. 주거 상품부터 수익형 빌딩, 상가, 토지 등 각종 부동산 매매·임대·분양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김 대표의 첫 직업은 건축기사였다. 부동산에 눈이 밝은 선배의 권유로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에 돌입했다. '안 되면 말고'란 생각으로 치른 시험에서 3개월 만에 덜컥 합격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공인중개사를 하며 인생 새 국면을 맞았다.

최 대표는 "20년 넘게 중개 업무를 하다 보니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중개 사고가 나 법정 다툼에 휘말리거나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믿고 투자했는데 집값이 떨어졌으니 책임지라'며 항의하던 고객도 있었다"며 "그럼에도 정직과 신뢰라는 두 원칙을 바탕으로 고객의 자산가치를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일을 하다 보니 주변에 사람이 모였고 찾아주는 고객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의 직업 목표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주택 중개를 중심으로 하던 시절에는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들어오는 자체를 망설이는 고객들을 봤다. 이들이 부동산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다. 최 대표는 "부동산에 무지한 신혼부부들에게 단순히 집을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힘닿는 데까지 '내 집 마련'을 돕자는 생각으로 일했고 집을 산 사람들이 감사 인사를 할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사무소 운영과 중개 노하우를 강의하는 최현주 대표/사진 제공=최현주 대표

중개 업무 외에 '초보 공인중개사'를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열띤 수험생활 끝에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어디부터 사무소 운영을 시작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수업이다. 몸으로 부딪쳐 체득한 노하우를 보다 빠르게 알게 되면 중개업에서 폐업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발을 내딛었다. 누적 수강생은 2000명에 달한다.

그가 수강생들에게 하는 조언 1순위는 "겁먹지 마라"다. 계약서 작성부터 집을 보여주는 것까지 '0년차' 중개사들에겐 힘들고 벅찬 일일 수도 있지만 무서워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없다. 최 대표는 이른바 매물을 '덕질'하는 공인중개사다. 매물 종류에 관계없이 무조건 세 번은 본다.

그는 "매물은 처음 볼 때와 두 번째, 세 번째의 느낌이 다 다르다"며 "중개사 본인이 매물에 애정을 갖고 몰두해 있어야 고객에게 자신감 있게 브리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강생들에게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중개업에서의 감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

그는 공인중개사들이 좀 더 부동산 전문가라는 인식을 갖고 업무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하반기 한국 사회를 강타한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에도 공인중개사들의 책임이 있다고 여긴다. 최 대표는 "일부 중개사들은 고객이 보다 좋은 집에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건수 하나 올릴 생각으로 누가 봐도 미심쩍은 매물을 중개하곤 한다"면서 "공인중개사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물었더니 '스트레스 자체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일에서 행복을 찾는 타입이다. 동종업계 사람들과 만나 부동산 이야기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다시 일할 동력이 된다.

공인중개사로서의 직업병도 있다. 공실인 상가만 보면 임대료나 가게를 빼게 된 이유를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최 대표는 "스쳐 지나는 빌딩의 매매가를 추정해보는 버릇도 있다"면서 "새로 생기는 가게가 있으면 직접 들어가서 어떤 업종이 들어오는지, 업종 변경은 하지 않았는지 물어볼 때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최현주 대표는 부동산 시장에 플랫폼 개입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공인중개사가 승리하기 위해선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최 대표의 지론이다./사진=정영희 기자

최 대표는 워킹맘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을 키우고 있다. 공인중개사라는 특성상 지방 출장이 잦고 업무 시간이 고정적이지 않다 보니 자녀 양육에 대한 고충도 컸다. 처음엔 딸과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미안했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일에도 지장을 주자 생각을 180도 바꿨다.

최 대표는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모든 엄마들이 다 느끼듯 100% 완벽한 부모가 되겠다는 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편해진다"며 "아이와 함께하는 물리적 시간이 적다면 함께 하는 동안만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질적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의미있다"고 말했다.

한 명의 학부모로선 학교에 부동산 수업이 생겨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코딩과 로봇 수업을 배우지만 의식주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집을 사고파는 과정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 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부동산 거래를 겁내거나 미숙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잘못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가끔 20·30세대를 대상으로 부동산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참여자 대부분 부동산에 무지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실생활에서 부동산에 관한 크고작은 얘기를 계속 접하게 되면 나중에 관련 지식이 실제로 필요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중개시장의 흐름은 변곡점에 다다랐다. 관심 있는 매물이 생기면 일단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거나 방문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 매수·매도 희망자들은 부동산 플랫폼을 통해 호가나 실거래가 정보를 습득한다. 중개업소는 집을 보러 갈 때만 찾는다. 중개시장에 플랫폼의 개입은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대표는 "플랫폼과의 대결에서 중개업소가 우위를 선점하려면 결국 고객이 직접 찾아올 만큼의 메리트를 갖추는 것이 답"이라며 "가만히 앉아서 오는 고객을 맞기보다 매물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브리핑을 통해 고객을 찾아 나선다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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