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 무너진 신태용의 도전, 인도네시아 U-20 월드컵 개최권 박탈
개막까지 2개월 가량 남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격랑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개최국 인도네시아의 개최권을 FIFA가 박탈하면서 일정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개최국으로 월드컵에 자동 진출할 예정이었던 인도네시아 U-20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도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FIFA는 30일 인도네시아의 U-20 월드컵 개최권을 박탈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FIFA는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의 에릭 토히르 회장이 만난 후 인도네시아를 U-20 월드컵 개최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 “새로운 개최지는 가능한 빨리 발표될 예정이며 대회 날짜는 변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PSSI에 대한 제재는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아르헨티나가 U-20 월드컵을 개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올해 열리는 U-17 월드컵 개최국인 페루와 지난해 월드컵을 개최했던 카타르도 후보로 꼽힌다.
FIFA는 이번 결정의 이유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인도네시아 내에 급격히 불어닥친 반이스라엘 정서가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대회에는 이스라엘이 출전하는데,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 때문에 반이스라엘 정서가 강하다. 최근 인도내시아에서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고, 여기에 일부 이슬람 단체들이 이스라엘 선수단이 입국하면 납치를 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이스라엘 선수단에 대한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FIFA가 끝내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문제는 인도네시아 정치권의 잘못이 크다는 비판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내년 2월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을 새로 뽑는 대규모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일부 정당 및 정치인들이 이슬람주의에 편승해 지지율 상승을 노리고 있고, 이 과정에서 반이스라엘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정치와 스포츠를 혼동하지 말아달라”며 호소하고 있지만, 중립을 지켜야 할 PSSI조차 FIFA와 의논하면서 이스라엘의 출전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은 U-20 월드컵 개최권을 넘어 인도네시아 축구 전체에 대한 FIFA의 징계가 예상돼 더 큰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2019년부터 인도네시아 성인 대표팀과 U-20, U-23 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당장 인도네시아 U-20 대표팀의 U-20 월드컵 출전권이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치권의 개입을 엄정하게 다루는 FIFA가 국제대회 출전 금지 등의 조치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2015년에 정부와 정치권이 PSSI에 간섭한다는 이유로 1년간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당하는 일이 있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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