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방관자’가 만든 어리석은 사면 정책…축구협 ‘일방통행 소통’ 끝판왕 [SS포커스]

김용일 기자 2023. 3. 30. 14: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침묵의 방관자'가 만든 어리석은 조처였다.

지탄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한 흔적까지 보여 대한축구협회(KFA) '일방통행 소통'의 끝판왕으로 불리고 있다.

KFA는 오래전부터 필요로한 정책 홍보 또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직후 불거진 '2701호 사건'처럼 근간을 흔들 사태에 대해서만 성명을 내고 소통할 뿐 주요 현안에 대한 미디어, 축구인 비판에 침묵을 유지해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침묵의 방관자’가 만든 어리석은 조처였다. 지탄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한 흔적까지 보여 대한축구협회(KFA) ‘일방통행 소통’의 끝판왕으로 불리고 있다.

KFA가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는 의미라며 지난 28일 내놓은 ‘승부조작범 포함’ 징계 축구인 100명 특별 사면 조치는 스포츠 최대 가치인 공정성 훼손 논란과 더불어 역사상 ‘최대 헛발질’로 질타받고 있다. 그것도 우루과이와 A매치 평가전 킥오프를 1시간여 앞두고 출입기자단이 경기 취재 준비에 몰입하던 시간에 기습적으로 사면 보도자료를 내놨다.

100명 사면 대상자 중 48명은 지난 2011년 한국 축구 근간을 흔든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선수다. 협회는 “비위 정도가 큰 사람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지만 승부조작은 스포츠에서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 범죄라는 데 이견이 없다. 여전히 프로스포츠 세계에는 승부조작을 유혹하는 브로커가 곳곳에 있다. 자라나는 스포츠 꿈나무에게도 경기를 조작하는 범죄는 용서받을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승부조작으로 커다란 상처를 받은 당시 축구인과 팬, 여러 관계자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한 처사다.

논란이 불가피한 대규모 사면을 추진하려고 했다면 최소한 승부조작 당시 피해자 등과 사전 교감, 축구계 여론 등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했다. 축구계 안팎으로는 지속하는 KFA의 일방통행 소통, 외부 비판에 대한 ‘무대응 전략’ 등이 켜켜이 쌓여 낳은 최악의 참사로 보고 있다.

KFA는 오래전부터 필요로한 정책 홍보 또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직후 불거진 ‘2701호 사건’처럼 근간을 흔들 사태에 대해서만 성명을 내고 소통할 뿐 주요 현안에 대한 미디어, 축구인 비판에 침묵을 유지해왔다. 내부 관계자도 인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KFA 한 관계자는 “(외부 목소리에) 무대응 전략을 유지한 건 맞다. 미디어 수가 이전보다 늘고 팬이 SNS 등 다양한 채널로 의견을 쏟아내면서 이런 방식이 된 것 같은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자연스럽게 KFA 내부는 ‘예스맨’이 통하는 시대가 됐다. 과거엔 일부 고위 관계자가 정책의 실효성이나 여론 등을 충실히 살피고 정 회장에게 보고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는 작업을 거쳤다. 지금은 정반대다. KFA 고위직 출신 한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겠다. 현재는 윗선에서 (주요 정책에 대해) ‘아니다’고 적극적으로 말하는 이가 없다. 갈수록 종목을 보는 대중의 눈높이, 도덕적 잣대가 높아지는데 협회 행정이 역행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한탄했다. 이번 대규모 사면 결정과 관련해서도 누구도 반대 견해를 정 회장 등에게 어필하지 않았다. 침묵의 방관자들이었다.

집안서부터 소통이 어긋나고, 자국 경기인·미디어·팬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종목 단체에 ‘국제 외교 부재’를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크고 작은 행정 사고가 지속하는 KFA ‘정몽규 3기 체제’. ‘기습 면죄부’로 불린 이번 사면 사태에 통렬한 반성과 사과가 요구된다. 더 나아가 진심 어린 소통으로 한국 축구 최상위 기관 구실을 해야 할 것이다.

kyi0486@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