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시위 옆 와인 마시는 사람들…프랑스의 두 얼굴

홍지영 기자 입력 2023. 3. 30. 14:03 수정 2023. 3. 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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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금 개혁 반대 움직임은 10차 시위까지 이어지며 갈수록 격화되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도 "시위가 폭력화하는 것은 연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강경 대응 기조를 계속할 뜻을 비쳤습니다.

프랑스인 대다수가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며 시위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인들은 이제 시위에 익숙해진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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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연금개혁 반대 제9차 시위 / 출처 : 연합뉴스


프랑스 연금 개혁 반대 움직임은 10차 시위까지 이어지며 갈수록 격화되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하원 표결을 생략하는 헌법 49조 3항을 이용해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킨 뒤 여론이 더 악화되자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루브르 박물관과 에펠탑 등 파리의 유명 관광 명소까지 파업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지난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경찰봉을 휘두르는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위가 점점 가열되고 과격화되면서 경찰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루탄을 쏘고, 경찰 몽둥이로 구타하는 모습까지 방송되고 있는데, 이 한가운데에 경찰의 특별 조직 ‘브라브 엠(Brav-M)’이 있습니다.

‘브라브 엠’은 2018년 유류세 인상 반대 시위(노란 조끼 시위 ; 당시 시위대가 노란 조끼를 입고 시위를 벌여 붙여진 이름) 때 창설됐는데, 2인 1조로 짝지어 오토바이에 타고 다니다가 시위 도중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개입하는 경찰의 특별 조직입니다. 시위에 불순 세력이 가세해 폭력적 행동을 벌일 때 즉각 저지해 피해를 막는 것이 임무입니다.

프랑스 경찰 특별조직 '브라브 엠'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최근 프랑스의 한 온라인 매체가 브라브 엠이 지난 20일 파리 3구에서 시위에 가담한 청년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녹음된 녹취를 공개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공개된 녹취에는 시위대를 협박하는 부적절한 발언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시위 때 만나면 너는 경찰서가 아니라 병원 가는 앰뷸런스에 타게 될 거다.”


“웃지 마라. 입을 다물래 아니면 한 대 더 맞을래?”


“너희는 운이 좋다. 우리는 다른 놈들한테 복수하러 가야 한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누예즈 파리 경찰청장은 “문제의 대원들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위 진압의 총책임자인 다르마냉 내무장관 역시 “이미 조사에 착수했다” 면서 “경찰관도 175명이 다쳤지만,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이들의 행동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해 ‘브라브 엠’을 해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도 “시위가 폭력화하는 것은 연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강경 대응 기조를 계속할 뜻을 비쳤습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브라브 엠’을 해산하라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아니 에르노 역시 청원에 명단을 올리고 “해당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밝혔습니다. 하원에 브라브 엠 해산을 청원한 사람은 닷새 만에 10만 명을 넘어섰고, 50만 명을 넘어서면 하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데 그렇게 될 지도 궁금합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2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노조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면서 정부와 여당에 타개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최근 한 방송사 조사에 따르면 마크롱 지지율은 28%로 2월보다 6% 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 수치는 노란 조끼 사태인 2018년 11월 (26%) 이후 최저치입니다. 

프랑스인 대다수가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며 시위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인들은 이제 시위에 익숙해진 분위기입니다. 최근 SNS에는 시위대가 거리에 불을 질렀지만, 근처 카페에 앉은 남녀는 와인을 놓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올라왔습니다.


마치 추위를 피하려 불을 피워 놓은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어 관광포스터 같은 느낌도 듭니다. 추운 겨울에도 테라스에 앉아 화로를 놓고 커피나 와인을 즐기는 풍경과도 비슷합니다.

홍지영 기자scarl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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