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로 신용공급 경색, 美 ‘슬로모션 은행권 위기’ 경고등”

민서연 기자 2023. 3. 30. 14: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부터 시작된 은행 위기 확산 우려가 잦아드는 가운데, 또다른 위기가 찾아올 수 있음을 주의하고 대비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SVB 사태가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면서도, WSJ 수석 경제논설위원인 그레그 입은 이날 칼럼을 통해 천천히 진행되며 서서히 시스템을 갉아먹는 '슬로모션 은행권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부터 시작된 은행 위기 확산 우려가 잦아드는 가운데, 또다른 위기가 찾아올 수 있음을 주의하고 대비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SVB 사태가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면서도, WSJ 수석 경제논설위원인 그레그 입은 이날 칼럼을 통해 천천히 진행되며 서서히 시스템을 갉아먹는 ‘슬로모션 은행권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SVB 은행 로고. /연합뉴스

당장 SVB 파산이 현재까지 다른 금융기관에 미친 피해는 종전 금융위기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향후 몇 년간 다수의 은행이 영업을 축소하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됨으로써 신용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중소 규모의 은행들이 장기간 예금 인출 압박을 받아 대출을 축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입 위원은 통상적인 의미의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최종 결과는 똑같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은행들은 최근까지도 자동차와 부동산 등 담보 가치 상승에 힘입어 낮은 대출손실률을 기록 중이지만, 앞으로는 특히 상업용 부동산에 많이 노출된 소형 은행들의 손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도 나온다.

이와 비슷한 과거 사례로는 1980∼1994년 미국에서 3000여 곳의 저축대부조합(S&L)이 문을 닫거나 구제금융을 받은 ‘S&L 사태’가 꼽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여파로 다수의 S&L과 소규모 은행이 차례로 무너진 당시 사례와 마찬가지로 지금 미국의 은행들도 지난 1년간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보유 채권의 가치가 급락하는 바람에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아미트 세루 스탠퍼드대 교수의 최근 연구 결과 금리인상 여파로 SVB보다 더 큰 자산가치 손실률을 기록 중인 미국 은행은 전체의 11%에 해당하는 500여 곳으로 추정된다. 과거 금융위기에서 금리보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점에도 WSJ은 주목했다.

1980년대 경기침체와 빌딩 초과 공급, 유가 급락의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시장이 무너지면서 멕시코를 비롯한 몇몇 이머징마켓 국가가 1군 대형은행들에서 빌린 돈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했고,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그 파생 상품들이 문제가 됐다.

다만 지금은 과거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S&P 글로벌 분석 결과 지난해 3분기 현재 은행들이 보유한 증권의 86%가 연방정부의 보증을 받는 안전 상품으로, 그 비율은 2008년 71%에서 상당폭 늘어났다.

경기침체가 디폴트를 초래할 경우 연준의 금리인하로 채권 가치가 상승, 결과적으로 은행의 미실현 손실이 축소될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은행들의 진짜 문제는 대차대조표상의 자산 항목이 아닌 부채 항목이라고 입 위원은 강조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의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연방정부의 ‘돈 풀기’로 은행들의 예금이 급속도로 불어났으나, 이제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갈 위험에 놓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