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는 낯섦과의 끝없는 화해

방민준 2023. 3. 3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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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철저한 친밀도(親密度)의 스포츠다.

골프와 관련되는 모든 것에 얼마나 친밀한가, 즉 얼마나 낯설지 않은가에 따라 라운드의 성공 여부가 갈린다.

그러나 처음 가보는 골프장에서도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는 비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 대하는 골프장의 낯섦을 미리 해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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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스타 임성재 프로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가 열린 TPC 소그래스 아일랜드 홀에서 신중하게 그린을 살피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는 철저한 친밀도(親密度)의 스포츠다. 골프와 관련되는 모든 것에 얼마나 친밀한가, 즉 얼마나 낯설지 않은가에 따라 라운드의 성공 여부가 갈린다. 그러고 보면 골프를 동반한 고달픈 길은 라운드하면서 마주치는 모든 낯섦들과 화해하는 여정이다.



 



낯선 코스에서 좋은 스코어를 내기란 쉽지 않다. 코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찍 도착해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했다고 해도 잠시일 뿐 머리나 근육에 입력된 정보가 없어 별로 도움이 안 된다. 홀마다 코스 안내도가 있고 캐디가 홀의 특성을 일러주지만 경험해보지 않은 코스라 낯설고 겁을 먹어 평소의 샷을 재현하기 어렵다.



 



그러나 처음 가보는 골프장에서도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는 비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 대하는 골프장의 낯섦을 미리 해소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골프장의 코스 레이아웃을 면밀히 검토하고 인쇄해둔다. 인터넷을 통해서일망정 한 번 훑어본 코스이기 때문에 난생처음 대하는 골프장처럼 낯설지는 않다.



 



남보다 일찍 골프장에 도착해서 개인적으로 골프장과 친숙해지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효과가 있다. 두어 시간 전에 도착해 전체 코스를 조망하고 남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며 코스를 눈에 익힌다. 바람도 느껴 본다. 한두 시간의 차이지만 헐레벌떡 도착해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부랴부랴 1번 홀로 달려가 캐디가 지시하는 대로 티샷을 날리는 것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라운드하기가 어려운 일본의 샐러리맨들은 라운드 일정이 잡히면 한두 달 전에 인터넷을 통해 코스도를 인쇄해 연습장에서 페이지를 넘기며 머릿속으로 코스를 상상하며 실제 라운드하듯 연습한다고 한다. 연습도 재미있고 실제 라운드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내기 골프를 잘 하는 사람들은 큰 내기가 벌어지기로 한 골프장을 며칠 전에 가서 라운드해본다고 한다. 낯섦을 미리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골프에서 낯섦을 해소해야 할 대상은 부지기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자신의 클럽 모두와 낯섦이 없이 친밀해야 한다. 잘 안 맞는다고 특정 클럽을 외면하면 점점 더 그 클럽 잡기가 겁나고 친밀도도 떨어진다. 잘 맞던 드라이버라도 연습을 게을리하면 미스 샷을 낼 수밖에 없는데 게으름을 피운 사이 클럽과 나 사이에 낯섦이 생겼다는 뜻이다. 



트러블샷에 대해서도 자주 경험해서 낯섦이 옅어지면 겁먹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벙커샷을 잘 한다는 의미는 벙커에 자주 공을 빠뜨리고 많은 벙커샷 실패로 벙커에 대한 낯섦을 해소했다는 것과 다름없다. 



 



캐디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 만난 캐디라도 친밀한 느낌을 갖는 골퍼와 낯선 느낌을 갖는 골퍼는 캐디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고 소화하는 데 큰 차이가 있다. 캐디가 갖고 있는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골퍼의 권리다. 이 권리를 100% 활용하려면 캐디에 대한 낯섦을 빨리 해소하고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길밖에 없다. 



처음 대하는 동반자와도 빨리 낯섦이나 적대감에서 벗어나 친밀감을 가질 때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다. 낯섦의 해소는 골프의 왕도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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