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크레디트스위스, 역외탈세 지원사실 드러나…합의 위반”

[EPA]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최근 UBS에 매각된 크레디트스위스(CS)가 미국 사법당국과의 합의를 어기고 미국인들의 해외 탈세를 계속 지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미 상원 재정위원회는 2년간에 걸친 조사 보고서를 통해 2014년 CS가 역외탈세 지원 혐의와 관련해 미 법무부와 맺은 형량 거래 합의를 중대하게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정위원회는 CS가 이중 국적을 가진 중남미 출신의 한 미국 부자와 연관된 1억달러(약 1306억원)를 신고 없이 다른 은행 계좌로 옮겼다면서 이는 법무부와 합의한 형량 거래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위원회에 따르면 CS 직원들은 2016년 탈세 혐의 유죄를 인정한 바 있는 미국 내 한 경영대학원 교수인 댄 홀스키가 2억2000만달러(약 2872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해외에 은닉하는 것도 계획적으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CS가 합의한 지 수년이 지난 뒤에야 미국 고객이 가지고 있는 23개의 의심스러운 계좌를 공개했으며, 미국인들이 적어도 7억달러(약 9140억원)의 재산을 크레디트스위스에 숨겨두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위원회는 법무부와 국세청에 CS에 대한 추가 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합의 위반에 대해 CS를 인수한 UBS나 스위스 정부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의 위반에 따른 벌금은 많게는 10억달러(약 1조3100억원)를 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014년 CS는 미국인들의 탈세를 지원한 직원들의 탈세 교사·방조 행위를 인정하고 미 법무부와 형량 거래를 통해 25억달러(약 3조2600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바 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