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일본과 ‘조건부 호혜성’ 협력할 때다

2023. 3. 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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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일본 재침략 위험성 우려해도
처절한 복수와 처벌은 불가능
일 정부의 사죄와 배상도 찜찜
묻지 마 반일과 종북 행태 심각
윤미향 부류가 정답일 수 없어
국제관계 본질부터 직시해야

지금으로부터 113년 전에 우리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시켰던 한일병합조약은 그 자체가 무효였다. 그 후 우리는 해방될 때까지 36년간 일본으로부터 혹독한 착취를 당했다. 한국인이 당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일본 전체를 폭파해 바닷속으로 수장시켜야 속이 시원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의 상당수가 먼 옛날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의 후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바로 실행에 옮기기도 어렵다. 게다가 당시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수탈했던 당사자가 거의 다 사망한 시점에 직접 행위자가 아닌 그 자손들에게 가혹 행위를 한다는 것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만 일본이 여전히 위험한 것은, 전범 처리가 시늉에 그쳤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범죄는 처벌해야 예방되는 법이다. 그래서 전범 처리가 없었던 일본은 재침략의 위험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또다시, 누군가 군국주의를 외치면 그들은 따를 것이다.

한 나라가 이웃 나라에 패악질을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만족할 방법은 처절한 복수다. 군을 동원해 일본을 점령하고 나서 남성들은 모두 잡아다 강제노동을 시키고, 여성들은 위안부로 만들면 된다. 그러려면 우리 군사력이 일본의 5배 정도는 돼야 하니 국가의 예산을 전부 국방비로 돌려야 할 것이다.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하겠다는 데 동의할 생각은 없다.

집단과 집단 사이의 복수가 광란(狂亂)을 벌이기 시작하면 인간 사회의 살인율은 30%에서 36%까지 급상승한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전 세계 평균 살인율은 0.0035% 정도다. 원시사회와 비교하면 1만분의 1 정도로 줄었다. 이는 사람을 살해한 그 한 사람만 사형에 처하는 법 제도가 정착된 덕분이다. 사적(私的) 복수의 광기를 막지 않으면 인간 사회는 피의 도가니가 돼 버린다. 그러한 측면에서 일본에 대한 피의 복수는 결코 추천할 만한 일이 못 된다.

일본에 대한 복수는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하고, 전범 처리도 때를 놓쳤다. 남은 것은 원상회복과 배상이다. 강제징용과 위안부 두 가지를 생각해 보자. 일단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금전으로 배상하면 용서해 주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10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정작 사과를 하고 배상을 해야 할 이들은 무덤에 들어가 말이 없다.

사람이 죽으면 그 재산은 자손들이 상속한다. 상속 대상에는 적극재산(금전적 재산)만이 아니라 소극재산(부채)도 포함된다. 그러니 전쟁범죄의 이익과 함께 배상책임을 상속인들이 져야 할 것이다. 전쟁범죄는 누가 저질렀는가. 집단적 광기에 사로잡혔던 일본인 공동체가 바로 전범이다. 상속인은 현재의 일본인 집단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국민 전체를 대신해 사죄와 배상을 하게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1984년에 전두환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또 1998년에 김대중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일왕이 사과를 했다. 일본 정부도 여러 차례 공식 사과를 했으니 사죄를 하긴 했다. 그리고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때 일본이 8억 달러를 지급했고,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금원을 지급하기 위해 10억 엔을 갹출했다.

사과도 배상도 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계속 찜찜하다. 일본은 반성하지 않는다. 그들과 절대 친해지면 안 된다는 외침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일본 정부가 금전을 지급하면 우리가 거지냐고 화를 낸다. 금전을 받지 않고 그냥 관계를 개선하려 하면 친일매국노라고 매도한다. 그렇다고 일본을 정벌하자는 주장을 하지도 않는다. 일본이 궤멸하면 생계 기반이 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반미·반일·친중·종북을 기반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패거리들이다.

속고 속이는 국제 관계 속에서 승리하기 위한 최고의 계책은 ‘조건부 호혜성’ 전략이다. 먼저 배신하지 마라. 상대방이 배신하면 즉시 보복하라. 상대방이 다시 협력하면 용서하고 협력하라. 우리나라에 못된 짓을 한 것으로 치면 일본보다 중국이 훨씬 더 심하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국제 관계에서 지금은 관계 개선에 응할 때로 보인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금을 털어 쓴 윤미향 같은 이들이 답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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