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대법원장 임명권 제한은 헌법에 일탈

2023. 3. 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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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의 이번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대법원장 임명권을 제한하고 있다.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대법관임명제청권,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3인의 지명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중 3인의 지명권 등 헌법기관 구성에 있어 중요한 권한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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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대법원장의 임명 절차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 임명 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사법기관의 독립성 및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헌법은 대통령에게 대법원장의 임명권을 부여하고 있다.

대법원은 헌법에 규정된 사법부의 최고기관이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이다. 사법부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는 국가권력으로 법적 분쟁을 재판으로 해결하는 국가권력이다. 이런 이유로 사법부는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 그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선거로 선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헌법은 제104조 제1항에서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대법원장의 임명에 있어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이란 방법을 채택한 것은 대법원장의 민주적 정당성을 간접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회의 견제를 통해 대통령의 독단적 임명권 행사를 차단함으로써 권력분립 원칙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번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대법원장 임명권을 제한하고 있다. 헌법은 국회의 동의라는 견제 장치를 두고 있지만, 대법원장의 임명권은 대통령의 권한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으로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임명권이 제한된다면, 법률로 헌법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다.

개정안의 제안 이유에는 대법원장후보추천위를 구성해 대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은 과거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즉, 역사적으로 1972년 유신헌법 전에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자로 조직된 선거인단이나 법관추천회의의 제청이란 방법으로 대법원장 후보를 선출해 임명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당시 헌법의 명문 규정에 따라 대법원장을 임명한 것일 뿐이다.

우리나라 헌법을 보면 의원내각제를 정부 형태로 채택했던 제2공화국 헌법에서 법관의 자격이 있는 자로써 조직되는 선거인단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선거하고 대통령이 확인토록 했다. 그리고 제3공화국 헌법에서는 대법원장에 대해 법관추천회의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토록 했다. 그런데 1972년 헌법 이후에는 현행 헌법까지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 임명이란 방식을 채택해 오고 있다.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대법관임명제청권,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3인의 지명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중 3인의 지명권 등 헌법기관 구성에 있어 중요한 권한을 갖는다. 그런데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에 대해 법률로 이를 축소하거나 박탈하는 등의 제한을 가하는 것은 헌법의 내용을 법률로 변경해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침해하는 문제를 일으킨다. 헌법은 이미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견제하기 위해 국회에 동의권을 부여하고 있어서, 개정안은 헌법이 요구하는 견제를 넘어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해화함으로써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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