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이오업계에 ‘원숭이 대란’ 발생… 원인은 중국에

곽창렬 기자 입력 2023. 3. 30. 11:30 수정 2023. 4. 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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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실험용 원숭이 공급차질에 몸살

바이오 업계가 ‘원숭이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원숭이는 인간과 DNA가 90% 정도 일치하고, 유전학·생리 해부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유사한 실험동물로 꼽힌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등을 비롯해 의학·생명과학 분야 연구에 원숭이가 필수적인 이유다. 그런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원숭이 몸값이 다섯배나 뛴 데다 그나마도 수입이 여의치 않아 신약 개발 등에 차질이 빚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원숭이 대란을 촉발한 건 중국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1985년부터 과학 연구를 위한 실험용 원숭이를 사육해 전 세계에 수출해왔다. 2019년만 해도 미국이 수입한 실험용 원숭이 3만3800여 마리 가운데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비율이 60%에 이른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돌변했다. 2020년 중국은 원숭이 등 야생동물 수출을 금지했다. 백신 개발 경쟁이 격화되고 야생동물 수요가 커지자, 자국 업체를 보호하고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에 원숭이 공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 해 평균 1500마리 정도의 실험용 원숭이가 필요한데, 현재는 700마리 정도만 공급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직전만 해도 마리당 500만원 선에 거래됐던 원숭이는 현재는 3000만원~350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소속 연구원이 실험용 원숭이를 돌보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그 와중에 한 미국 바이오 업체는 제3국에서 포획한 야생 원숭이를 밀수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미 검찰은 캄보디아 관리들과 공모해 원숭이 등을 몰래 들여오려 한 혐의로 임상시험 대행 업체 ‘이노티브’ 직원 등 8명을 기소했다. 2021년 11월 60달러였던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12월 3달러까지 폭락했다. 불똥은 다른 업체들로 튀었다. 원숭이 조달이 더 어려워져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임상시험 회사 ‘찰스리버’는 2021년 9월 460달러까지 갔던 주가가 이달 들어 19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랩코프(Labcorp)’도 2021년 말 최고치에서 30% 넘게 하락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지수 영장류자원지원센터장은 “야생 원숭이는 바이러스에 노출되거나 질병에 걸려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번식을 통해 3대까지 내려가야 실험용으로 이용한다”며 “야생 원숭이를 그대로 실험용으로 쓰는 것은 불법”이라고 했다.

바이오 업체들은 중국 대신 모리셔스,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사육되는 원숭이를 수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원숭이는 임신 기간이 165일이나 되는 데다 암컷 한 마리가 1년간 낳을 수 있는 새끼 수는 한 마리에 불과하다. 또 태어난 후 3년쯤 돼야 실험용으로 쓰일 수 있어 당장 대규모 공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지수 센터장은 “국내 업체들도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백방으로 수소문 중이지만, 값을 비싸게 불러도 공급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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