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수컷 모기도 인간한테 끌려…피 말고 ‘사랑’ 때문에

조홍섭 입력 2023. 3. 30. 11:30 수정 2023. 3. 3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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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피를 빨아야 알을 만들 수 있는 암컷 모기는 사람에게 덤벼들지만 그럴 필요 없는 수컷은 사람에겐 관심 없고 숲 속에서 식물의 수액을 빤다.

이런 상식이 흰줄숲모기와 이집트숲모기 등 일부 종에는 적용되지 않아 수컷도 사람에 이끌리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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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이집트숲모기 수컷 사람에 끌리는 사실 실험으로 확인
사람 주변서 짝짓기 성공률 높아…세계적 침입종에 기여
흰줄숲모기도 비슷, 사람에 덤비는 절반은 ‘사랑’이 목적
사람 손에 내려앉은 이집트숲모기 수컷. 피를 빨려는 건 아니다. 레란 로스 제공.

사람의 피를 빨아야 알을 만들 수 있는 암컷 모기는 사람에게 덤벼들지만 그럴 필요 없는 수컷은 사람에겐 관심 없고 숲 속에서 식물의 수액을 빤다. 이런 상식이 흰줄숲모기와 이집트숲모기 등 일부 종에는 적용되지 않아 수컷도 사람에 이끌리는 사실이 밝혀졌다.

페란 로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 박사 등은 10일 출판 이전의 논문 공유 서버인 ‘바이오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에서 이집트숲모기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실험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집트숲모기는 뎅기열, 황열병, 지카열 등의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로 아프리카 원산이지만 온대지방 등 세계적으로 확산해 중요한 보건 위협을 낳고 있다.

레란 로스 제공

연구자들은 먼저 가로·세로 각 3m인 텐트 한쪽 끝에 실험 자원자 11명을 발과 정강이를 드러낸 채 세운 뒤 모기 수컷 100마리를 풀었다. 30분 동안 20초 간격으로 촬영한 결과 사람이 없는 쪽에서 날거나 앉은 모기는 없었고 대부분 사람 주변을 맴돌았다. 어느 순간에도 수컷 모기 5마리는 사람의 몸에 앉은 상태였다. 

로스 박사는 과학 매체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집트숲모기 수컷이 암컷과 마찬가지로 사람에 아주 관심이 많다는 건 분명하다”며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수컷에서 이런 형질이 진화한 것은 암컷과 짝짓기를 할 때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암컷이 흡혈을 위해 사람 주변에 모이기 때문에 수컷도 사람 곁에 와야 짝짓기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연구자들은 또 모기가 특정인을 선호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피험자 2명을 텐트 양쪽 끝에 따로 세우고 수컷 모기 100마리와 암컷 50마리를 풀었다. 다섯 명이 번갈아 짝지어 이런 실험을 20번 했다. 그 결과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암컷이든 수컷이든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컷의 선호도가 수컷보다 강하긴 했다. 

이집트숲모기 암컷. 아프리카 원산이지만 온대지방으로 확산해 뎅기열, 황열병, 지카열 등 다양한 바이러스 질환을 일으킨다. 무하마드 마흐디 카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모기는 사람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수십m 밖에서 감지해 수 초만에 몸에 내려앉는다. 피부에서 내는 화학물질과 체온 등이 모기의 선호도를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 박사는 2021년 연구에서 사람에 따라 모기의 선호도는 3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모기 기피제를 발랐을 때 수컷 모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실험했다. 이산화탄소 등을 가리는 기피제였는데 이를 바른 피험자에게 수컷 모기는 전혀 접근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수컷 모기가 암컷 모기와 같은 단서를 이용해 사람에 접근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동남아 열대 원산이지만 우리나라 등 온대지방에 퍼진 흰줄숲모기는 다리와 몸의 줄무늬가 특징이며 낮에도 덤벼든다. 수컷도 사람에 이끌린다. 제임스 개터니, 미 질병 통제국(CDC) 제공.

연구자들은 “사람에 이끌리는 모기 종은 일부에 한정된다”며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가 여기 해당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두 종은 낮에도 사람에 덤벼들어 성가시게 구는데 이들 가운데 절반은 피가 아니라 ‘사랑’이 관심사인 셈이다.

흰줄숲모기는 동남아 열대가 원산지이지만 우리나라 등 온대지방에 널리 확산했으며 다리와 몸에 난 선명한 흰 줄이 특징이다. 논문은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가 세계적 침입종이 된 데는 수컷이 사람에 접근해 짝짓기 성공률을 높인 것도 작용했다”고 적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수컷의 행동을 이해해 모기 퇴치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예를 들어 불임유전자를 지닌 수컷을 방사할 때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논문은 적었다.

인용 논문: bioRxiv, DOI: 10.1101/2023.03.08.53179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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