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3월의 벚꽃 엔딩’…올 여름 ‘기후 악당’ 출몰의 서곡?

홍석우 입력 2023. 3. 30. 11:02 수정 2023. 3. 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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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곳곳에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예년보다 2주가량 빠른 3월에 만개한 벚꽃.

올 여름 '역대급 폭염'이 올 수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데요.

벚꽃과 폭염, 그리고 농산물 가격의 관계 오늘 '지구촌 돋보기' 홍석우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출근하다 보니까 벌써 벚꽃이 많이 피었더라고요?

[기자]

네, 서울 여의도 여의서로에도 이렇게 상당히 많이 피었죠?

지난해보다 2주나 일찍 꽃망울을 터뜨렸는데, 지난 1922년 관측이래 역대 두 번째 빠른 거라고 합니다.

첫번째는 지난 2021년이었는데요.

당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엄청난 폭염이 닥쳤습니다.

[앵커]

올해도 걱정됩니다.

그런데 여의도 봄꽃 축제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잖아요?

[기자]

네, 이맘때쯤이면 늘 등장하는 '벚꽃 엔딩'이라는 노래가 있죠.

2012년 3월 29일, 어제 발표됐더라고요.

그 당시만 해도 서울의 벚꽃 개화 시기는 대략 4월 10일쯤이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여의도 봄꽃 축제는 다음 달 1일로 개막을 당겼습니다.

이른 개화로 '벚꽃 없는 축제'가 되진 않을까 우려 때문인데요.

벚꽃뿐 아니라 다른 봄꽃들도 예년보다 빨리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4월에 피는 배꽃과 복숭아꽃도 각각 최대 16, 17일 일찍 개화했고, 노란 산수유 꽃도 예상보다 9일이나 빨리 폈습니다.

봄꽃이 빨리 피면서 농가에선 벌꿀 생산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일찍 핀 꽃은 수분해줄 꿀벌이 없고, 뒤늦게 땅 밖으로 나온 벌은 꽃, 즉 먹이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앵커]

봄꽃들이 왜 이렇게 일찍 핀 걸까요?

[기자]

네, 포근한 날씨 때문입니다.

기상청은 3월 평균 최고기온이 15.6도로, 지난해보다 2.9도 높았던 것이 원인이라고 했는데요.

21세기 후반이면 일부 지방에선 벚꽃이 2월에 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일본도 올해 벚꽃이 상당히 일찍 피었고, 이미 진 곳도 많은데요.

일본 남부에선 아예 한겨울에 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기자]

벚꽃이 이제 겨울에 필수도 있다고요?

[기자]

네, 기상청이 현 수준과 비슷하게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배출됐을 때를 가정해 벚꽃 개화 시기를 분석해 봤더니요.

남부 지방 기준으로 벚꽃이 피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거, 보이시죠.

21세기 후반엔 지금보다 개화 시기가 25일 안팎 앞당겨지는 건데, 대구의 경우 벚꽃이 2월에 필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지구 온난화' 영향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지난주 기후 변화 정부 간 협의체, IPCC가 발표한 6차 보고서를 보면, 각국이 현재까지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2040년 안에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가량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지난 2015년 5차 보고서 예측 때보다 10년이나 빨라진 겁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유엔 사무총장/지난 20일 : "인류는 살얼음판에 서 있고, 그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습니다. 지난 200년 동안 '지구 온난화'는 인간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사실상 지금부터가 위기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앞으로 10년"으로 못 박았습니다.

[앵커]

강력한 경고네요. 지구가 뜨거워지면 일단 폭염이 심해지고 그러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IPCC 보고서에 따르면요.

'50년에 한 번 겪을' 폭염이 올 확률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현재 4.8배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1.5도 넘게 올라가면 8.6배로 늘게 되고요.

2도가 오르면 무려 14배로 급증하게 됩니다.

저희도 전해드렸지만 연초부터 알프스에 눈이 녹아서 스키장 운영할 수 없다는 뉴스가 있었죠.

지금이 여름인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선 초등학생들이 수영복을 입고 등교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62년 만에 찾아온 폭염 때문이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벌써 더운 날이 많아진 것 같은데요.

올 여름 날씨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더 덥고, 더 집중호우가 오고, 더 쎈 태풍이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여름철부터 '엘니뇨'가 발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적도 인근 해수면 온도를 높이는 '엘니뇨' 현상은 많은 열을 대기로 방출하면서 기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2015년 '슈퍼 엘니뇨'가 몰고 온 지구촌 기상 이변을 살펴보면요.

인도는 당시 5월 기온이 50도 가까이 치솟으면서 2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슈퍼 엘니뇨가 이어지며 이듬해인 2016년은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이 됐죠.

그해 우리나라도 이상고온과 폭염, 가을 태풍 등 기상이변이 잇따랐습니다.

수도권에 사상 처음으로 5월 중순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고, 여름에도 이례적인 폭염이 전국을 달궜습니다.

[앵커]

기후 변화가 계속되면 일단 농산물 작황에도 영향이 있겠군요?

우리 식탁 물가도 그렇고요.

[기자]

네, 당장 미국만 하더라도 지난해 대형 허리케인이 남부 지역을 덮치면서 오렌지 생산량이 9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당연히 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고요.

미 서부 지역은 해마다 반복되는 가뭄으로 수도 사용이 제한되는 일이 연례 행사가 됐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도 심각합니다.

지금 보시는 곳이 광주와 전남 지역 식수원인 주암댐인데, 강바닥이 보일 정도로 바짝 메말라 있습니다.

가뭄으로 양파, 대파 등 채솟값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엘니뇨' 현상이 올 하반기 식탁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홍석우 기자 (muse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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