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적 사고가 창의성의 원천이다" [책과 사람]

김정한 기자 2023. 3. 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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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널의 뉴미디어 시대라지만, 책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존재입니다.

은유가 가진 '설득력'을 넘어 '창의력'을 조명한 책이다.

-책을 읽은 후 보니 도처에 은유가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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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가 김용규 교수·수사학자 김유림 부녀 '은유란 무엇인가' 공저
"은유적 사고, 만물 관통 학습원리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메커니즘"

[편집자주] 다채널의 뉴미디어 시대라지만, 책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존재입니다. 책은 전문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부터 각 분야 유명인사와 스타들 및 이웃들의 흥미로운 경험들을 기반으로 탄생합니다. [책과 사람]을 통해 각양각색의 도서들을 만들어 낸 여러 저자들 및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책은 물론 그들의 삶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철학자 김용규 교수(오른쪽)와 김유림 수사학 연구자 ⓒ 뉴스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철학자인 김용규 교수와 그의 딸인 김유림 수사학 연구자가 공동으로 '은유란 무엇인가'를 펴냈다. 은유가 가진 '설득력'을 넘어 '창의력'을 조명한 책이다.

김 교수는 '은유적 사고를 익힐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을 '은유 도식'(metaphorical diagram)으로 패턴화했고, 김 연구자는 이를 활용해 문학 텍스트와 동요, 동시, 가요, 케이팝(K-Pop)의 노랫말 그리고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각종 예술작품에 들어있는 은유적 사고를 분석했다.

두 사람은 은유란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터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담론을 더 내밀하게 들여다보고자 이들을 직접 만났다.

-이번 책의 집필은 어떻게 시작됐나.

▶(김용규) 이 책은 '고대 철학자들이 다루는 철학적, 신학적 테마가 오늘날 무슨 의미가 있는가'하는 의구심에서 시작됐다. 예를 들어, 국가 개념이 없던 시대에 플라톤이 쓴 '국가론'을 오늘날 청년들이 왜 읽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들을 한 것이다. 칸트도, 마르크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당시의 국가도, 우주관도, 자본주의도 사라진 지 오래다.

-고전이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김용규) 그렇지는 않다. 당대 철학자들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도달한 생각의 방법, 사유의 방법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하지만 이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다. 그래서 원래는 소크라테스를 시작으로 '생각의 역사'를 정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 이전 사람들을 잠깐 언급하려고 하니 결코 가볍게 다룰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확장된 내용을 엮은 것이 2014년에 출간한 '생각의 시대'(김영사)였다.

-'사유의 방법'이란 무엇인가.

▶(김용규) 사유의 방법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기원전 8세기 호메로스의 은유(메타포)를 비롯해, 탈레스의 원리(아르케) 헤라클레이토스의 문장(로고스), 피타고라스의 수(아리스모스), 프로타고라스의 수사(레토르) 등 5가지다. 이 5가지 도구의 반복 학습과 축적된 지식을 통해 서구 문명은 기원전 5세기경이 되자 소위 '문명의 폭발'을 일으켰다. 그 힘이 바로 '생각의 도구'였다. 이는 오늘날에도 지식의 계통발생을 반복해 일으키고 있다.

- '생각의 시대'가 큰 반향이 있었나. ▶(김용규) '생각의 시대'는 서평은 좋았으나 큰 반응은 없었다. 그런데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선포되고 6월에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 벌어졌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한 교육 문제가 대두됐다. 그러자 이 책이 다시 주목받으며 팔려나가기 시작했고, 기업체나 학교에서의 강연 요청도 급증했다. 특히 카이스트에서는 10년 이상 강의를 해오고 있다.

-어떤 점이 역주행 포인트였나.

▶(김용규) 다들 창의성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정작 그 방법은 아무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의 시대'는 5가지 '생각의 도구'라는 창의성을 키우는 그 방법을 다룬 내용이었다. 특히, 교육계에서는 이 '생각의 도구'에 대한 '워크북'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래서 작업을 시작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중단되고 말았다. 그런데 미국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딸(김유림)이 이 원고를 보더니 반색을 하며 작업을 완수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결국 이 책이 나왔다.

-'은유 도식'은 어떻게 창안했나.

▶(김용규) 독자들이 두 가지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은유는 설득을 위한 도구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창의'를 이끌어내는 도구라는 점을 쉽게 보여주고자 했다. 다른 하나는 은유가 문학, 인문, 사회, 자연, 과학, 예술에서도 일관성 있게 활용된다는 점을 '패턴'으로 입증하려고 했다. 은유적 사고가 모든 학문을 관통하는 설명의 원리이자 학습의 원리임을 도식으로 이해시키려 한 것이다.

-책을 읽은 후 보니 도처에 은유가 있던데.

▶(김용규) 그렇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창작물은 '은유적 사고'의 결과다. 문학은 물론, 광고, 노래, 심지어 춤까지도 결국은 관련 없는 것을 연결해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작업이라는 점이 은유의 속성과 동일하다. 더 중요한 것은 과거에는 은유 능력은 천재들의 비법이라고 얘기됐으나, 이것은 훈련을 통해 누구나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은유 도식을 통해 사고를 발전하는 훈련을 반복하면 된다. 이것이 아이들 교육에도 잘 활용됐으면 좋겠다.

은유란 무엇인가(천년의상상 제공)

-'은유 도식'이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어떻게 보였나.

▶(김유림) 은유에서 중요한 것이 하나는 설득력이고 다른 하나는 창의력이다. 은유를 통해 추상적인 개념을 이미지로 형상화시키면 설득력이 더 높아진다. 많은 노래가 이러한 방법을 사용한다. 가령 답 딜런의 노래 중 "얼마나 많은 '포탄'이 하늘을 날아야 비둘기가 날아갈 수 있겠는가?"라는 구절이 "얼마나 많은 '전쟁'을 치러야 '평화'가 찾아오겠는가?"라는 표현보다 이미지를 전달하며 더 강력한 힘으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에 창의적인 생각도 나오는 것이다. 은유 도식은 이 메커니즘을 한눈에 보여준다.

-한국 가요에서도 은유가 사용된 예를 든다면.

▶(김유림) 악뮤의 노래 '매력 있어'에는 "그대는 내가 다이어트 중 마주친 치킨 같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그대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는 강력한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그 다음에는 '그대는 바삭하고 매콤하다'는 반전 있고 창의적인 표현까지 이끌어낸다. 이것이 악뮤를 천재로 만들어주는 은유의 힘이다. 방탄소년단(BTS) 노래 'DNA'도 '연인과 태초부터 정해진 운명'이라는 진부한 표현을 '너와 나의 관계는 DNA다'라고 표현함으로써 '운명'이라는 이미지를 더 설득력 있게 형상화한다. 또한, 더 나아가 서로 손을 잡고 DNA를 형상화한 춤을 추는 창의성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것도 은유적 사고가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천재성이 발휘된 표현이고,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한 비결이다.

-은유를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이겠다.

▶(김유림) 그렇다. 예를 들어, 은유의 속성을 알면 우리가 미디어에서 만들어내는 은유에 얼마나 지배당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만들어낸 '백인은 착한 주인공, 유색인종은 악당'이라든지, 실제로 본 적도 없는 인어를 '빨간 머리 백인 미녀'로 인식한다든지 하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이러한 점을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백설공주의 사과다'라고 은유를 통해 설명하면 '아름다운 사과'와 '독 사과'의 이미지를 동시에 형상화함으로써 두 가지 면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정치 프로파겐다도 결국 은유 아닌가.

▶(김용규) 물론이다. 히틀러가 그런 은유의 힘을 가장 잘 알고 악용한 사례다. 유대인을 사회악이나 기생충으로 규정해 대중에게 '박멸' 대상으로 세뇌한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범죄와의 전쟁' 역시 범죄를 무조건적인 타도 대상만으로 규정해 예방이나 교화의 의미를 약화시킨 사례에 해당한다.

-앞으로 출간될 2권, 3권은 무슨 내용인가.

▶(김유림) 1권 '은유란 무엇인가'는 은유의 개념을 정립하는 내용이었다. 4월에 나올 2권 '은유가 만드는 삶'에서는 은유를 활용한 사례를 개인 창작자의 차원에서 다룬다. 그리고 6월에 출간될 3권 '은유가 바꾸는 세상'은 은유의 활용을 확장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망하는 내용이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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