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발표 후폭풍] 또 들러리 논란, 일부는 '그 명단' 회의 때 처음 봤다

김태석 기자 2023. 3. 3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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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승부조작 가담자를 포함한 징계 100명을 사면한다는 발표에 가려서 그렇지. 프로세스도 문제였다. 발표 시점을 미뤄볼 때 이 사안이 미칠 파장이 얼마나 큰지 미리 짐작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구성원들만 사안을 공유하고 강행하는 식으로 전개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때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위원회와 구성원들은 그저 거수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대한축구협회의 사면 발표가 큰 논란을 낳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8일 저녁 7시 취재진에게 배포한 문자를 통해 2023년도 제2차 대한축구협회 이사회를 통해 징계 중인 축구인 100인을 사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영구 제명됐던 승부조작 가담자 48명이 대거 혜택을 받게 된 이 사면안은 즉각적으로 미디어와 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우루과이전, 김민재 발언 등 굵직한 사안 때문에 다소 가릴 법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사안에 대한 비판 여론은 식을 줄 모르는 분위기다. 추가 입장이 없다던 대한축구협회가 29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나름의 해명을 내놓은 것도 이런 나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해당 내용은 여러 미디어를 통해 많이 소개된 만큼 여기서는 차치하겠다. 더 문제인 건, 이 사안이 처리된 방식이다. 우루과이전 킥 오프 한 시간을 앞두고 발표된 것도 문제지만, 더 문제인 건 공개 진행될 경우 반드시 문제가 될 이 사안에 대한 이사회 전체 구성원의 의식 공유와 공론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부 구성원들은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100인 명단을 그날 회의에서야 접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 그리고 일부 이사들이 소극적으로나마 이 사안이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지만, 사실상 사안이 결정된 분위기였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분위기다. 형식적으로 모든 이들의 담론을 수렴해 결정했다는 구색은 갖추었을지 모르나, 그 안에서 실제 치열한 토론과 논의가 있었다고는 볼 수 없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최근 이런 식의 의사 결정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례를 들겠다. 협회는 불과 얼마 전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건 바로 전력강화위원회가 제 구실을 했는지 여부였다. 전력강화위원들은 사실상 발표 직전 통보식으로 클린스만 감독 선임 소식을 접했다는데, 이는 이번에 징계 축구인 100인 명단을 받아본 일부 이사회 구성원들의 상황과 완전히 판박이다.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도 콜롬비아전을 앞두고 가진 독일 매체 <슈포르트 1>과 인터뷰에서 후보 명단을 추려 나가는 과정만을 성실히 진행했을 뿐 실제로는 회장을 비롯한 고위층의 판단이 결정적이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애당초 최종 책임권자라는 측면에서 최상위 고위층이 가져야 할 권한이 분명 크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렇게 정확하게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거수기'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조금 직설적으로 말해, 이미 결정해놓은 사안을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저마다의 고유 업무에 바쁘디바쁜 사람들을 불러 모아 들러리를 세우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건 분명 문제다.

당연히 구성원들도 자신들이 가진 전문성이 한국 축구에 별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협회 의사 결정 과정에 가면 갈수록 애착과 의무감을 느낄 수도 없다. 이사회 혹은 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어찌 됐든 진짜 결정을 하는 밀실은 따로 있다면 건강한 협회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가 없다.

백번 양보 해서, 좀 거칠게 말해, 정몽규 회장이 가진 팀인 부산 아이파크는 그래도 될지 모른다. 어찌 됐든 회사이고, 정 회장은 그 팀의 구단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총본산인 대한축구협회는 그래서는 안 된다. 잘못된 결정 하나가 한국 축구가 그간 쌓아온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어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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