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장하준 “尹의 자유는 가진 자들의 자유. 사회과학 공부 안 한 자유”

MBC라디오 2023. 3. 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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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런던대 경제학과 교수>
-자본주의 사회, 시민들이 경제를 모르면 민주주의가 없다
-이번 책은 음식과 경제, 음식은 미끼
-자유? 누구의 자유인지, 뭐를 할 자유인지 물어봐야
-최대 69시간 노동? 구시대적 발상. 18·19세기식 사고
-69시간 노동? 노동할 자유? 18~19세기식 사고
-선진국형? 그렇게 오래 일하는 선진국 없다
-유럽의 노동시간은 한국의 30~40% 정도



■ 방송 :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김종배의 시선집중>(07:05~08:30)

■ 진행 : 김종배 시사평론가

■ 대담 : 장하준 런던대 경제학과 교수


◎ 진행자 >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경제가 정말 비상입니다. 우리 먹고사는 문제하고 직결되는 거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이럴 때 아주 정확하게 맥을 짚어주는 게 필요한데 그래서 바로 이분을 아주 특별히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굳이 설명 말씀을 안 드려도 우리 촌철님들이 너무나 잘 아시는 분인데요, 장하준 런던대 교수를 스튜디오로 직접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교수님.

◎ 장하준 > 안녕하십니까?

◎ 진행자 > 이번에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라고 하는 책을 펴내셨어요. 저도 다 읽지는 못하고 급하게 읽어봤는데 여는 글이 마늘로부터 시작을 하더라고요.

◎ 장하준 > 예. 단군신화입니다. 마늘 중에서는.

◎ 진행자 > 그런데 교수님 요리 잘하세요?

◎ 장하준 > 좋아하고, 요리하는 거 좋아하고 자주 하고 그렇습니다.

◎ 진행자 > 그러면 시그니처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 장하준 > 저는 주로 이태리 요리를 많이 하는데요.

◎ 진행자 > 파스타,

◎ 장하준 > 파스타, 리소토, 이태리 요리를 주로 하고 다른 것도 그냥 이것저것 여기저기서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 진행자 > 사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 장하준 > 저희 처는 한국 음식을 잘하기 때문에 저는 한국 음식은 거의 안 하고요. 분업을 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 그러시구나. 그런데 책을 쓰시면서 음식과 경제를 이렇게 한 데 섞으려고 했던 이유가 뭐예요?

◎ 장하준 > 제일 중요한 이유는 제 믿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이 경제를 다들 어느 정도라도 알지 못하면 민주주의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모든 결정이 경제 논리에 의해서 결정이 되기 때문에 하다못해 무슨 국제행사 하나 유치하면 행사의 경제적 효과

◎ 진행자 > 그렇죠. 유발효과 나오고

◎ 장하준 > 그리고 대학 가서 돈 안 되는 과, 속된 말로 문 닫아라 뭐 이런 얘기하고 모든 게 경제에 얽혀 있기 때문에 그런 사회에서는 모든 시민이 경제를 알아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경제학이 딱딱하고 재미없고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그동안 경제 대중서적을 써가지고 경제에 관심 있는 분들은 어느 정도 끌어들여서 설명을 드렸는데 아예 관심이 없는 분들이 있단 말이에요.

◎ 진행자 > 일단 어려워서 기피하죠.

◎ 장하준 > 예, 그래서 그런 분들을 위해서 음식 얘기를 미끼로 던지고 그걸 읽으시다가 묘하게 틀어서 경제학 얘기로 가는 거니까 그 와중에 그냥 실수로라도 경제 얘기를 읽어주셨으면 하고요.

◎ 진행자 > 좀 더 친숙하게 경제 얘기를 같이 하기 위한 그런 말 그대로 포석이네요.

◎ 장하준 > 어떤 재료들은 그 재료 자체가 경제에서 중요한 재료들도 있고요.

◎ 진행자 > 그렇죠. 예를 들어서 제가 조금 전에 마늘 이야기했지만 마늘 나오고 도토리 나오고 코코넛 나오고 멸치 나오고 초콜릿 나오고 그러면 이걸 선정한 또 기준이 있을 것 아닙니까?

◎ 장하준 > 제일 중요한 건 이게 얼마나 재밌는 얘기냐 그런 건데요. 어떤 경우에 바나나나 멸치 이런 건 그 음식물 자체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들이 있어요. 그걸 지금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 진행자 > 멸치 같은 경우에 확 와닿는데요. 저희의 가장 기본적인 베이스죠.

◎ 장하준 > 그리고 이 책에서 얘기하는데 남미의 페루라는 나라는 19세기 중반에 멸치 때문에 한때 경제가 번영을 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멸치를 직접 판 건 아니고요. 멸치를 먹고 배설물을 내놓는 물새들의 배설물이 구아노라고 해가지고 굉장히 비싼 비료였거든요. 그래가지고

◎ 진행자 > 새들이 멸치를 먹었던 거예요?

◎ 장하준 > 예, 주로 먹은 게 멸치인데 그리고 예를 들어 도토리, 당근, 이런 거는 그 경제 얘기하고 직접 연관은 없는데 굉장히 그 뒤에 얽힌 얘기들이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아서 일단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런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 진행자 > 그렇죠. 이 다음부터는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여쭤보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상당히 저도 재미있게 물론 다 읽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그렇게 재미있게 빨려 들어간다고 할까요, 이런 것을 느꼈는데 그런데 교수님 모시고 여쭤볼 게 경제 현안이 워낙 많아가지고 지금부터 하나하나 여쭤보겠습니다. 일단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를 상당히 강조하지 않습니까. 자유라고 하는 개념은 경제학에서도 핵심 중에 핵심개념입니다. 그런데 일단 교수님께서 이해한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 개념, 교수님이 이해한 건 어떤 거예요?

◎ 장하준 > 이제 자유, 자유,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자유시장, 자유무역부터 시작해가지고 자유라는 말이 경제학에 굉장히 많죠. 그런데 이 얘기가 나오면 누구의 자유냐, 뭐를 할 자유냐, 이걸 꼭 물어봐야 돼요. 예를 들어 19세기에 자유무역을 제일 많이 한 나라들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 영국, 이런 나라들이 아니라 자유무역을 제일 먼저 하고 제일 심하게 한 나라들이 나라가 약해가지고 우리나라 강화도조약처럼 소위 불평등조약을 맺어가지고 관세자주권, 자기네 관세를 자기들 마음대로 할 권리를 박탈당한 그런 나라들입니다. 남미 나라들이 19세기 초에 처음에 독립했을 때라든가 한편으로는 자유무역인데 그걸 강제로 하는 거예요.

◎ 진행자 > 사실 자유와 강제는 형용모순 아닙니까?

◎ 장하준 > 그런데 그게 아니죠. 자본주의에서 역사에서 자유라는 걸 보면 서로 대립되고 여러 가지 다른 자유가 대립되고 모순된 경우가 많아요. 또 하나 예를 들자면 1973년 칠레에서 피노체트 장군이 쿠데타를 해가지고 3천 명을 죽이고 군부독재를 시작을 했단 말이에요. 그때 자유시장 경제의 대부라고 하는 프리드먼과 하이에크가 피노체트를 지지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 경제이론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자유는 경제적 자유, 그중에서도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그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해서 돈을 벌 자유를 제일 중요시하기 때문에 만약에 그게 침해된다고 생각하면 사람을 죽이고 군부독재를 하면서 정치적 자유를 탄압하는 것도 정당화된다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거든요.

◎ 진행자 > 그분들에게서 정치적 자유라고 하는 것은 하위범주에 있는,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 있는?

◎ 장하준 > 그럼요. 그분들한테 제일 중요한 거는 재산가들의 자유이기 때문에 노조도 파괴해야 되고 그런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 감옥에도 집어넣어야 되고 죽이기도 해야 되고. 그러니까 자유라는 말은 좋은데 그 사람이 말하는 자유의 내용이 뭔지 누구를 위한 자유인지 그거를 잘 봐야 돼요.

◎ 진행자 > 그걸 잘 모르겠어요, 교수님도?

◎ 장하준 > 아니 저는 알죠. 어떤 사람이 이런 자유가 필요하다 얘기하면 저 사람이 저 얘기하는 건 누구를 위해서

◎ 진행자 > 윤석열 대통령이 얘기하는 자유는 기업의 자유입니까? 가진 자들의 자유입니까?

◎ 장하준 > 그렇죠. 크게 보면 그걸 지지하는 거고 그리고 예를 들어 69시간 노동 이런 거 얘기할 때 노동할 자유를 달라, 이런 얘기를 하는데 저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딱 생각나는 예가 제가 옛날에 낸 책 <사다리 걷어차기>에 나오는 예인데 1905년에 미국 대법원이 뉴욕주 법을 하나를 위헌 판정을 내렸어요. 그 법이 뭐였냐면 그 당시에 제빵공장 노동자들이 15시간 내지 16시간 하루에 노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뉴욕주에서 너무 많아가지고 노동자들한테 안 좋고 산재도 많이 일어나고 그러니까 이걸 10시간으로 제약 해야겠다했는데 대법원에서 이게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자기가 원하는 만큼 일하는 자유를 뺏는다 해가지고 위헌판결을 내렸어요.

◎ 진행자 > 대법원에서요?

◎ 장하준 > 예, 지금 딱. 18세기 19세기적인 사고인데 이게 1905년에 그런 판결이 내렸는데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뭐냐 하면 인간의 그냥 표면적인 선택만 보고 자유라고 하는 겁니다. 왜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 16시간 하는 걸 자진해서 선택하고 어떤 사람은 그렇게 안 하는가 그 질문을 안 하거든요. 한국 저희 80년대 학번 식으로 얘기하면 사회과학 공부를 제대로 안 한 자유예요. 왜냐하면 사회과학은 인간의 자유의지만 보는 게 아니라 사회구조를 봐야 된다는 게 사회과학이거든요.

◎ 진행자 > 그렇죠.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조건을 봐야 되니까

◎ 장하준 >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강도가 와서 총을 들이대고 너한테 선택의 자유를 줄게, 네 지갑 나한테 주든지 총 맞든지 해라 하면 누구나 다 지갑을 주겠죠. 그런데 그게 진정한 선택입니까?

◎ 진행자 > 자유가 아니죠.

◎ 장하준 > 그런 식으로 정말 먹을 것 먹고 살 거 없고 복지제도 제대로 안 돼 있고 대가족제도도 옛날처럼 다 해체되고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진해서 69시간 일을 할 거예요. 근데 그게 진정한 자유가 아니죠. 왜냐하면 그 사람들을 그렇게 하도록 만드는 사회구조의 강제가 있기 때문에. 물론 반대쪽으로 가서 또 일부 좌파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사회 구조에서 모든 게 결정이 되니까 개인은 책임이 없다, 이런 얘기는 또 하면 안 됩니다. 그 두 가지를 다 봐야죠, 개인의 자유의지와 사회구조를.

◎ 진행자 > 지금 교수님께서 먼저 69시간 이야기를 꺼냈으니까 정부는 이게 선진국형이다, 이렇게 주장하던데요.

◎ 장하준 > 그렇게 오래 일하는 선진국은 없습니다. 한국이 OECD에서 노동시간이 두 번째로 긴데 제일 긴 나라가 멕시코, 우리나라 국민소득 3분의 1도 안 되죠. 우리나라보다 더 부자거나 소위 우리나라에서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하다못해 미국도 우리나라보다도 노동 시간이 짧고요. 유럽 나라도 우리나라보다 30~40% 정도 낮은데 그러니까 제가 그런 얘기 들으면서 너무 슬픈 게 예를 들어 1970년대면 노동시간 얘기가 늘릴 수도 있다 이런 방향으로 나올 수도 있어요. 저는 뭐 찬성을 안 하겠지만. 근데 지금 21세기에 세계에서 한 20손가락 안에 꼽히게 잘 사는 나라에서 어떻게 노동시간을 늘려가지고 경제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생각을 합니까. 지금은 혁신하고 기술에 투자하고 창의성 발휘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만들어주고 그렇게 해서 승부를 해야 되는데

◎ 진행자 > 한마디로 구시대적 발생이다?

◎ 장하준 > 그럼요. 굉장히 구시대적 발상이죠. 정말로 한 세대도 아니고 한국 기준으로 하면 두 세대 전의 프레임을 가지고 얘기하는 겁니다.

[내용 인용 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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