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교육자의 길… 삶과 사회의 나침반이셨던 아버지[그립습니다]

2023. 3. 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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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김형민 전 오수중 교장(1936∼2023)

교육자로서 86년 생애 동안 늘 바르고 온화하면서도, 꼿꼿하게 정의로움을 실천하며 인생의 길을 가르쳐준 삶과 사회의 나침반이셨습니다.

1936년 전남 구례군 광의면 연파리에서 김덕암옹, 장이금 여사의 2남 3녀 중 넷째이자 차남으로 태어났고 광의초, 구례중, 구례고, 조선대, 원광대 대학원을 다니며 학문과 교육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고3 졸업 때까지 매일 7㎞를 걸어 등·하교하며, 호연지기와 실사구시의 정신력을 길렀습니다.

대학 시절은 알찼고, 군 시절에도 교육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1961년 국군의날 육군 공로 표창장을 수상하는 등 군의 정훈 업무를 담당하는 교관으로 성실하게 복무하고 하사로 제대하셨습니다. 1962년 학다리중에 부임해 교사 생활을 시작한 뒤 동신중, 동신고, 동신대, 고창고, 전주상고, 임실동중에서 교사 및 교수를 지냈습니다. 동강중, 무주고, 오수중 교감을 거쳐 오수중 교장으로 정년 퇴임하셨습니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수불석권(手不釋卷)의 자세로 독서와 저술, 실천의 길을 걸었고 정년 퇴임집 ‘교단을 떠나며’는 많은 분의 사랑과 감탄을 받았습니다. 웅변반을 지도해 전국대회에서 수상을 휩쓸며 학생들이 지도자의 꿈과 열정을 키우도록 교육하는 열정을 보이셨습니다.

40여 년의 교육자 생활을 통해 수십만 명의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1999년 정년 퇴임과 함께 한국일보 제정 한국교육대상 ‘스승의 상’을 수상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희호 여사 내외가 주최한 청와대 퇴직교원 축하 행사에 초청받아 헤드테이블에서 대통령 내외와 함께 환담하는 등 사회적 활동과 사표의 실천으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교직 생활 내내 대통령상, 문교부장관상, 교육감 공로 표창, 독서 우수 표창, 우수교육자료 표창, 대한적십자사 감사패, 교육자 대상, 국민훈장 목련장, 청소년 홍익장 등을 수상하는 등 수많은 상훈과 표창을 받았습니다. 적십자사 활동을 통해 봉사와 기부를, 쓰레기 수거 및 자연보호 활동을 통해 환경보호에 앞장섰고, 민주주의 교육의 길을 선도하셨습니다. 돌아가시기 30분 전까지도 나라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걱정하며, 자식들이 나라와 세상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정년 퇴임 후 늘 책과 예술을 벗하며, 친우들과 교우하는 선인(仙人)의 삶을 사셨습니다. 신문과 잡지 등 시대를 대표하는 글과 지성을 탐구하고, 매일 일기를 쓰고 기록하는 면학의 자세로 생활하셨습니다. 가훈을 ‘오신삼성, 책임완수’(吾身三省, 責任完遂·매일 세 번 성찰하고 나의 책임을 다한다)로 정하고 실천하셨습니다. 모임마다 늘 회장을 맡아 친구들의 화목하고 즐거운 모임을 이끌어나가는 등 리더십과 협상력, 조정력을 발휘하셨습니다.

훌륭한 반려자 안해덕(安海德)님과 해로하며, 행복한 가정의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2007년 세상을 떠난 아내 안해덕님과 결혼한 뒤 2남 2녀를 잘 키우며, 늘 사회적 약자와 불우이웃을 돌보고 살피는 배려와 헌신, 봉사의 삶을 사셨습니다. 안해덕님은 1937년 전남 무안 출신으로 목포여고를 졸업한 재원이었으며, 품성과 행실이 뛰어난 여성 인재이셨습니다. 늘 따뜻하고 정다운 모습으로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며, 부군이 교직에 소홀하지 않도록 세심하고 배려 깊은 내조를 통해 행복한 가정을 알뜰하게 꾸려가셨습니다.

두 분의 화목하고 사랑 넘치는 가정 분위기 덕택에 4남매는 사회적으로 올바른 역할을 할 수 있었고, 두 분은 많은 손자 손녀와 제자들과 말년을 즐겁고 유쾌하게 보내셨습니다. 매주 서오릉과 서대문공원을 비롯한 역사 유적을 탐방하고 역사 공부를 하며, 이를 메모해 자식과 친구, 제자들과 함께 사회와 역사에 대해 토론하곤 했습니다. 86년의 헌신적이고 호연지기가 넘치는 삶에 감사드리며, 16년 전 먼저 가신 어머니와 함께 안식과 평안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김홍국 전 경기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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